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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비극과 예술의 만남, 코른골트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올림다장조’

[클래식 음악 속 협주곡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5/26 [12:4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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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1897~1957)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작곡가 코른골트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을 위해 만들어졌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형으로도 잘 알려진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전후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작곡가에게 왼손을 위한 작품을 의뢰한다.

 

첫 의뢰를 받은 코른골트를 시작으로 라벨, 프로코피에프, 힌데미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브리튼 등의 작곡가들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연주 독점권 요구와 함께 작곡된 이 작품들 중, 비트겐슈타인에게 “난해하다”고 평가받은 프로코피에프 작품은 비트겐슈타인 사후에나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끔찍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서재에 처박힌 힌데미트 작품은 그의 생전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다.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 작곡가와 자신의 공동 작업이라 생각한 비트겐슈타인이 작품 초연 당시 일부 마디와 화음을 생략하고 카덴차를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연주하는 등 작품 일부를 변형해 작곡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던 라벨의 작품과 달리, 조금의 수정도 요청하지 않고 초연에 올렸던 코른골트의 작품은 비트겐슈타인의 마음에 쏙 들었던 듯하다.

 

코른골트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3부분 구성의 단악장 작품으로, 연주시간은 30분 내외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한 피아니스트의 열망이 담긴 작품이다. 코른골트의 묵직한 울림을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감상해보길 권한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음악칼럼.협주곡.왼손을위한피아노’를 입력하면 코른골트의 작품을 비롯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된 다른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