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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떠나는 성남역사기행 (2)

  • 관리자 | 기사입력 2008/03/04 [14:3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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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중앙공원과 문화유적
한산이씨 묘역·수내동 가옥

성남은 1968년 이전까지 광주지역과 함께 역사를 공유했다. 광주는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행정구역상 상당히 넓을 뿐 아니라 중앙의 수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꽤 많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을 맺고 있다. 현재의 성남지역에도 그들의 묘소가 남아 있다.
성남시 안에 있는 나지막한 산들을 오르다보면 유서 깊은 묘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많은 묘역 가운데 우리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우리시뿐 아니라 경기도를 대표할 수 있는 도심공원인 분당 중앙공원(분당구 수내동) 내에 위치한 한산이씨 묘역이다. 1990년 4월 26일 경기도기념물 116호로 지정된 한산이씨 묘역은 문화재와 공원이 조화롭게 잘 보존되고 있어 공원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무덤의 주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중앙공원이 위치한 영장산 일대는 고려 말 성리학의 태두, 목은 이색의 후손들이 국가에 공을 세워 국가로부터 하사받은 사패지로서 이후 조선조 중엽부터 후기까지 이곳에 한산 이씨의 선산이 조성돼 왔다.
무덤의 주인들은 조선조 문신으로 봉화현감을 역임하고 이조판서 겸 지의금부사를 지낸 이장윤(1455~1528)과 그의 아들 이질·이정, 손자 이지숙·이지환, 그리고 그 후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조 문신으로 이조판서, 황해도 관찰사, 부사 등의 높은 벼슬을 지낸 인물이며 묘는 대부분 이들의 배위와의 합장묘이다.
특히 흥미로운 묘소는 이경류의 묘와 그 아래 펑퍼짐한 봉분 모양을 하고 있는 그의 애마총이다. 조선 선조 때 병조좌랑인 이경류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상주전투에 참전해 왜군과 싸우다가 상주판관 권길 등과 함께 전사하였는데 고향에서는 이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경류의 말이 주인의 피 묻은 옷과 유서를 물고 집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그가 전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경북 상주에서 이곳 수내동까지 500여리 길을 달려와 주인의 소식을 전한 뒤 3일 동안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 후 충성스런 말의 죽음을 가상히 여겨 이곳에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 묘역 최초 무덤의 주인인 이장윤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토정비결의 저자로 추정되는 토정 이지함의 조부이며, 이곳 영장산을 조부 이장윤의 묘터로 잡은 이가 바로 토정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전설에 의하면 그가 묘 터를 잡을 때 산의 생김새가 매화낙지형에 거북이 형국의 산이라 거북이는 물이 없으면 죽고 목을 길게 뻗는 동물이므로 산줄기 앞에 큰 연못이 있어야 한다며 연못을 조성하였다 한다. 그 연못이 분당호 연당지이며 수내동 고가 앞쪽에 위치한 옛 연못터이다.
중앙공원에는 이들 묘소 외에도 한산이씨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영장산 등산로 노변에 한산이씨 세장비와 한산이씨 묘역비가 있으며, 이장윤·이질·이지숙의 삼세유사비(영조4년), 이증 신도비(종이품 이상 벼슬아치의 무덤 근처 길가에 세우던 비, 숙종21년), 이경류 정려비(영조3년), 이정룡 신도비(영조4년)가 중앙공원 호수 옆 탄천을 바라보고 남서향으로 서 있다. 충신 이경류의 묘 앞엔 이경류 묘갈(무덤 앞에 세우는 묘표, 영조4년)이 세워져 있다.

중앙광장 한쪽에는 한산이씨 묘역과 함께 경기도 문화재 자료 78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는 수내동 가옥이 있다. 조선조 말 경기지역 전통가옥의 하나로 150~200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추측되고 있다. 개발되기 전 이 지역에 70여 호가 마을을 이루고 살았으나 분당 신도시 건설로 모두 철거되고 이 집만 남게 되었다. 한산이씨 문중에서 관리하던 이 집은 전통가옥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와 연못과 정자터 등과 더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소박한 농촌마을 모습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숨쉬고 있는 시의 문화유적이 많다.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의 문화 유적이자 보물이다. 우리 곁에 있는 유적에 관심을 가진다면 어느덧 우리가 살고 있는 성남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이 살아날 것이다.

도움말: 성남시 학예연구사 진영욱                               
전미향 기자 mhchun@cans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