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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추억 속의 노란 불빛, 반딧불이

  •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6/24 [10:1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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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을 보내기 바쁘게 갑자기 찾아온 여름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반가운 손님이 있다. 6월 초부터 8월까지 한여름 밤 물가 풀숲에서 노란빛을 깜빡거리며 우리를 사로잡는 반딧불이다.

반딧불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에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고 이 루시페린이 산소를 만나면 형광빛을 낸다.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으로 자라는 각 시기마다 빛을 낼 수 있어 ‘빛의 예술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열이 없어 뜨겁지 않으며, 성충으로 자라면 약 보름간에 걸쳐 짝을 찾기 위해 빛을 발한다. 소화기관이 없는 반딧불이는 이 시기 작은 입으로 이슬만을 먹는다고 한다.

암컷은 끝의 한마디에서 빛을 발하는데 수컷보다 크며 잎사귀에 조신하게 앉아 빛을 반짝거리며 수컷들에게 존재를 알린다. 한편 끝의 두 마디에서 빛을 내는 수컷 반딧불이는 이런 암컷을 찾아 열심히 빛을 발하며 날아다니다가 짝짓기에 성공하면 생을 마감한다. 

암컷 또한 물가의 축축한 이끼사이에 알을 많게는 한마리당 500개까지 낳은 후 죽는다.

오래전 쿠바의 의사는 수술을 하다 전기가 나가자 반딧불 등불을 비춰 수술을 마쳤다고 전하며 일본에선 반딧불이 등불로 정원을 비췄다고 한다. 

카리브해 해안지방이나 적도 주변처럼 더운 지역 사람들은 그물자루에 반딧불이를 가득 담아서 손목이나 발목에 묶고 다녔는데 이렇게 만든 반딧불이 등불 덕분에 캄캄한 정글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반딧불이 200~500마리 정도를 병에 담아두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니 ‘형설지공’이란 사자성어가 과장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로 불렸는데 속담에 ‘그루밭 개똥불 같다’는 말이 있다. 그루밭이란 밀이나 보리를 심은 밭인데 밭 여기저기에 반딧불이가 반짝인다는 뜻으로 그만큼 반딧불이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딧불이는 전 세계적으로 2천 종이 넘지만 우리나라에선 7~8종만 살고 있고 그 중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4종 정도 밖에 안 된다. 

반딧불이는 빛을 내어 짝을 찾기 때문에 밤이 캄캄한 곳을 좋아하는 데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데다 전깃불이 사방을 환하게 밝혀 반딧불이가 살만한 곳이 줄고 있다. 

맑은 물, 그 속에 사는 달팽이나 다슬기, 그리고 숲이라는 서식조건이 위협받지 않는다면 여름이면 반가운 손님,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남에는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의하면 50군데가 넘는 곳에서 반딧불이가 발견됐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남한산성과 사기막골, 율동공원에도 서식이 확인됐다고 하니 여름 밤 아이들 손을 잡고 반딧불이를 찾아보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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