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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자 할머니의 ‘메마른 땅에 핀 꽃’

독거노인 보호지원사업 수기 공모전서 장관상 수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12/26 [15:1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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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서비스 혜택으로 일상의 고단하던 삶이 희망으로 바뀌어”
 
누구도 궁금해 하거나 알고 싶어하지 않는 월 40만 원짜리 구차한 독거노인의 삶인데… 글을 써서 어 딘가에 내 본다는 건 생각도 못해 봤어요.”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 ‘독거노인 보호지원사업 수기 공모전’에서 ‘메마
른 땅에 핀 꽃’이란 수기를 써 최우수작품으로 뽑힌 오복자(70) 할머니.
“말주변이 없어서 주민센터 같은데 면담을 갈 때면 글로 써가곤 했는
데, 그것을 본 조인순 독거노인생활 관리사가 이번 수기 공모에 적극 추
천해 응모하게 됐다”며 “수상하게 된 것은 모두 조인순 선생님 덕분”
이라고 말했다.
한 남편의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남부럽지 않던 삶이, 사별한 남편이
사업 실패로 남긴 부채로, 죽음과  맞먹는 고통 속에서 10여 년째 홀로
살고 있는 오 할머니.

 
 
‘메마른 땅에 핀 꽃’은 혼자 살면서 느낀 외로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집을 찾아온 생활관리사와 노인돌봄서비스 혜택으로 점차 변화하는 일상 등 고단하던 삶이 메마른 땅에 핀 꽃처럼 희망으로 바뀌어 간 소회
를 썼다.

오복자 씨는 수기를 통해 고독한 일상 속 말벗이 돼 준 조인순(여·55)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 대해 “한 송
이 향기로운 꽃과 같은 존재였고, 살아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누구든 어려운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는 있지만 그 차가운 손에 자신의 장갑을 벗어 주기는 쉽지 않지
요. 누구든 차가운 사람의 어깨를 안아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기는 어려운데, 나는 지금 그
선생님이 끼워준 장갑을 끼고, 그분의 따뜻한 외투를 의지하여 살아가 고 있습니다.”

오 할머니는 요즘 아픈 다리와 별개로 팔목마저 부러져 일어서기가 힘들다. 하지만 폐지를 주워가며 일어
나려 노력하고 있다. 월세가 밀린 만큼 삶의 희망도 없었던 그에게 다시 일어서게 하고 살 용기를 준 분들께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과 남편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두 아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서이다.

받은 것에 보답하기 위해 동화구연을 배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오복자 씨의 작은 방 벽면에는 행복했던 시절의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그사진을 보는 오 할머니의 눈빛이 애틋하다. 오 할머니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남편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혹독한 추위 속에서거리를 떠돌고 있을 아들들 생각에 요즘 부쩍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나 같은 늙은이를 만나러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누군가를 보내는 일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듯, 기자를 보내는 오 씨의 배웅은 길기만 했다.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