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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성남!] 작은 여유와 일상이 있는 곳, 수내동 신해철 거리를 걷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2/22 [14: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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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 거리 입구    © 비전성남
 
▲  축하공연을 하는 홍경민과 그룹 넥스트(2.8 준공식)  © 비전성남
 
▲고인과 친했던 강영호 사진작가가 쓴 신해철 스튜디오 간판 캘리그라피      ©비전성남
 
▲신해철 거리 전경      © 비전성남
 
▲ 신해철 스튜디오 입구     © 비전성남
 
▲스튜디오에 전시된 신해철의 앨범들    © 비전성남
 
▲  거리 가운데 위치한 고인의 동상.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비전성남
 
▲  생전에 고인이 음악 작업을 하던 곳   ©비전성남
 
우리는 그를 ‘마왕’이라 기억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 그를 추억하는 상징이 돼버린 음악가, 신해철의 삶과 음악을 돌아볼 수 있는 거리가 성남에 생겼다.
 
동국대 한방병원과 수내고등학교가 위치한 수내3동 푸른 숲 전원마을은 숲과 주택단지가 잘 어우러진 고즈넉한 곳이다. 고인은 2012년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이곳에서 음악 작업을 했다.

성남시는 유족들과 지역주민의 협의를 거쳐 신해철의 음악 정신이 담긴 이곳을 그를 추모하는 거리로 조성하자는 데 합의했고, 2월 8일 시민들에게 완공된 거리를 공개했다.

신해철 거리는 수내3동 발이봉로 3번길 입구부터 수내어린이공원에 이르는 구간인데, 계단과 보도블록으로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신해철이 했던 말들과 그를 추모하는 사회 유명인사의 글들이 대리석에 새겨진 것을 볼 수 있고, 가로수앞에는 그가 불렀던 노래 가사들이 적혀 있다. 천천히 음미하며 완상하기에 좋다.

걷다 보니 벤치에 앉아 있는 신해철의 동상이 보인다. 앉아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그의 작업실인 <신해철 스튜디오>에 들어가 본다.
 
▲   생전에 신해철이 작성했던 메모들  © 비전성남
 
▲ 2월 8일 준공식 행사 때. 집들이 선물로 시민들이 손편지를 써 옆에 있는 우체통에 넣는다.      © 비전성남
 
▲  나무 앞에 쓰인 신해철의 노래 가사 푯말    © 비전성남

건물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은 그가 노래를 만들고, 책을 읽고 토론하며 동료들과 함께했던 공간이다. 신해철이 사용하던 서재와 녹음실은 최대한 원형그대로 유지해 그의 체취가 오롯이 느껴진다. 서재에는 책들과 트로피, 앨범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그가 쓰던 노트들도 그대로다.
 
한쪽 방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모습을 슬라이드로 보여 준다. 스피커에서는 그가 예전에 했던 라디오 방송이 들린다. 듣기 좋은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그를 더욱 추억하게 한다.
 
신해철 거리에 오면 꼭 들러보기를 권하는 이 음악작업실은 수내3동 주민들의 자원봉사 덕분에 명절을 제외한 연중 상시로 운영된다.

작업실을 개방한 첫날 스튜디오를 관리하고 있던 주민 유형수 씨는 “신해철 거리 조성으로 인해 지역을 특징지을 수 있는 개성과 특별함이 생겨 좋습니다. 많은 팬들이 찾는 공간이니만큼 잘 관리하고 조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지요”라며 작업실 곳곳을 세세히 설명해 줬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빈 벤치가 한가롭다. 커피한 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 지나가는 시민이 블록에 새겨진 글귀들을 한참이나 읽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마냥 쳐다본다.

신해철 거리가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이던 날 구미동에서 온 김희정 씨는 “음악적 테마가 있는 동네가 생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대구의 김광석 거리 못지않은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이 있는 거리.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가만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거리. 수내3동 주택가 공원에 자리 잡은 신해철 거리는 ‘영원한 마왕’인 신해철을 추억하며, 조용한 일상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거리다.
 
위치
분당구 발이봉로 3번길 입구~수내어린이공원(수내3동 주민센터 건너편)
<신해철 스튜디오> 명절 제외한 상시 운영(오전 10시~오후 6시)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