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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성남 역사 이야기(4)

  • 관리자 | 기사입력 2009/04/23 [17:2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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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추진 중인 지역 대동놀이
판교板橋 쌍용 거巨줄다리기

놀이와 노동이 조화된 민속놀이
우리는 일상을 놀이와 노동,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들은 상반돼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상호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줄다리기는 이러한 우리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는 대표적 민속놀이로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대중적인 정월 세시 풍속의 행사였다.

암줄과 수줄의 쌍줄에서 유래
판교지역에서도 줄다리기가 정월 대보름에 행해졌는데, 이 줄다리기를 『널다리 쌍용 줄다리기』라 부르다가 현재에 와서 『판교 쌍용 거(巨)줄다리기』로 명명했다. 여기서 ‘널다리’는 현재 ‘판교’의 명칭으로, 과거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운중천을 널빤지로 다리를 놓고 다녔다는 사실에서 유래됐다. ‘쌍용’은 황룡줄(암줄)과 청룡줄(수줄)의 쌍줄을 이용해 겨루는 놀이에서 유래됐다.

판교의 줄다리기는 3천 평 분량의 볏짚으로 만든 황룡줄(암줄, 둘레 3∼3.7m)과 청룡줄(수줄, 둘레 2.5∼3m)을,  ‘용두’라고 하는 줄머리에 원형 고리를 만들어, 수줄의 용두부분을 암줄의 용두에 끼워 넣고, 비녀처럼 생긴 커다란 비녀목을 꽂아 암줄과 수줄을 하나로 결합한 상태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참여인원은 220여 명 가량으로, 황룡줄은 기혼여성과 미혼남녀가 한 편이 되고 청룡줄은 기혼남성이 편을 이루어, 미혼남녀 1명씩 쌍용 줄의 용두에 서서 진두지휘하며 3판2선승제로 힘을 겨뤘다. 특히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해 여성에게 승리의 기쁨과 즐거움을 제공했다고 한다.

풍농(豊農)과 안녕(安寧) 기원
행해진 장소는 현재는 없어진 판교파출소에서 낙생초등학교까지의 판교 옛 길인 ‘너더리 길’이다. 줄다리기에 앞서 지역주민들은 마을의 장터마당 앞 회나무에 모여, 풍농(豊農)과 안녕(安寧)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그때의 회나무는 최근 새로 이전한 낙생초등학교 뒷산에 심기어 있다.

성남문화원 중심으로 복원 추진
『판교 쌍용 거(巨)줄다리기』는 판교지역에서 60년대 초까지 전승돼 행사가 펼쳐졌으나, 그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이주민의 증가로 중단과 재현을 반복해왔다.

2001년부터는 성남시의 지원 아래 판교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판교 쌍용 거(巨)줄다리기 보존회(회장 김영윤)’를 중심으로 재현돼 5회까지 행사가 개최됐다. 같은 해, 성남문화원을 중심으로 성남 대표팀을 구성해 ‘제13회 경기도 민속예술축제’에 출전, 노력상과 소품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는 신도시 개발공사로 인해 중단된 상태지만 2008년부터 성남문화원이 기존의 보존회를 흡수·통합해, 올해는 성남시 지원으로 본격적인 복원사업 준비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0년 정월 보름에 시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판교의 역사가 비상(飛上)하는 증거
판교지역은 도시형 첨단 아파트가 즐비한 뉴타운으로 예전의 줄다리기를 하던 너더리 길도, 제사를 지내던 회나무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타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줄다리기를 지금껏 복원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판교의 역사가 사장(死藏)되지 않고 전승되면서 해마다 비상(飛上)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료제공 : 성남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정리 : 이보영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