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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조상의 지혜가 담긴 옛집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8/09/20 [15:2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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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 중앙공원에 있는 전통집(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8호)     © 비전성남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시대 이래로 사람들은 집을 짓고 살았다. 지역에 따라 구조는 조금씩 다르게 발전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옛집은 지혜가 모여 만들어졌고 그 안에 과학이 숨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피해 땅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마루를 만들었다. 마루는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하다. 마룻바닥을 자세히 보면 조금씩 틈이 벌어져 있다. 마룻바닥을중심으로 마루엔 서로 다른 두 공기층이 형성된다. 마룻바닥 위쪽은 햇빛이 들어 기온이 높고 아래쪽은 그늘이 져 기온이 낮다.

차가운 공기는 따뜻한 공기가 있는 쪽으로 움직여 대류현상을 일으키는데 마룻바닥의 틈을 통해 밑에서 위로 언제나 바람이 분다. 마룻바닥의 틈이 차가운 공기가 위로 올라오는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마루에는 밑에서 위로 바람이 불지만 뒤에서 앞으로도 바람이 분다. 뒤에서 앞으로 부는 마룻바람의 비결은 나무를 심지 않은 앞마당과 나무를 심어 가꾼 뒤꼍에 숨어 있다. 나무는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내보내 주위 온도를 낮추는 증산작용을 일으키므로 갖가지 나무가 심어진 뒤꼍의 기온은, 아무것도 심은게 없어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앞마당보다 낮다. 뒤꼍의 시원한 공기가 마루를 지나 햇빛에 달아오른 마당으로 이동해 여름 한낮에 한옥마루에는 숲바람이 살랑 불게 되는 것이다.

옛집의 지붕 재료와 구조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짚으로 된 초가지붕은 비가 새지 않는다. 짚 표면에 기름막이 덮여 있기 때문에 빗물이 짚을 타고 흘러내릴 뿐 짚 안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또한 초가지붕의 길쭉한 짚에는 가운데 공기가 들어차 있어 집안의 따뜻한 온기가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바깥 기온을 차단해줘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한다.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한옥의 처마에도 최고의 건축기술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 태양은 여름철에 높이 떠 하짓날 서울의 정오 태양 높이는 약 70도로 상당히 가파른 반면 겨울철 동짓날 정오 남중고도는 약 35도로 낮다. 깊은 처마는 여름철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차양이 돼 뙤약볕을 가려줘 그늘이 져서 시원하다. 큰 나무그늘이나 마찬가지다. 그늘진 곳은 뙤약볕을 받는 마당보다 시원하다. 온도차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대류현상으로 결국 공기의 이동이 생기면서 바람이 부는 것으로 느껴지게 돼 여름에 한옥이 더욱 시원한 것이다.

겨울철엔 낮게 뜬 태양 볕이 방안 깊숙이 들어 집안이 따뜻해진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데 숙인 서까래가 앞을 가로 막아 더운 공기는 오래 머물게 돼 그만큼 따뜻하게 된다. 지붕이 일자모양이면 지붕의 양쪽 모서리가 밑으로 처진듯한 착시현상이 생겨 지붕이 집을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양쪽으로 버선코처럼 살짝 올라간 처마로 인해 무거운 느낌이 덜어져 지붕이 가볍고 날렵해 보이니 처마 선에는 재미있는 ‘눈의 과학’이 숨어 있다.

옛집의 흙벽은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에는 쉽게 달궈지지 않고 겨울에는 쉽게 차가워지지도 않는다. 흙 알갱이와 흙 알갱이 사이에 빈틈이 많아 흙벽은 부피의 20~25%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습기가 차지 않고 곰팡이가 피지 않아 위생적인 집으로 만들어준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집에는 과학이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분당 중앙공원에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8호로 지정된 전통집이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공원도 산책하고 문화해설사의 역사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전통가옥에 들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옛집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