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목) 오전 10시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성남행복아카데미 8강 ‘불행을 넘어 불평등을 말하기’가 열렸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만든 장혜영 감독이 초대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동등하게 존엄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혜영 감독 장혜영 감독은 단편영화 ‘마리와 나’와 다큐멘터리 ‘다크나이트를 지켜요’, ‘어른이 되면’, 애니메이션 ‘숨은 가면 찾기’의 제작자이며, 《모두 사랑하고 있습니까?》(새잎, 2012), 《어른이 되면》(우드스톡, 2018)의 저자다. 장 감독은 대학 4학년 때 ‘공개 이별 선언문’을 남기고 자퇴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대학과의 사랑이 끝났기에 졸업장을 포기하고 미련 없이 대학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했던 그다.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자신을 소개할 때 항상 하는 말. “나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어요.” 하나의 상상 “13살 소녀가 된 여러분을 떠올려 보세요. 집을 떠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하는 이유가 단지 여러분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평생을 일반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라면 나는 과연 그 말에 수긍할까? 나의 선택권이란 없이 관리자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 일과만을 해야 하는 삶. 절대로 거역할 수 없으며 거역하면 비인권적인 결과가 따르는 삶 말이다.
장애인시설이 필요한 이유? 장 감독의 동생은 13세부터 18년 동안 일반사회에서 추방돼 살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과연 ‘장애인시설’이어야 할까? ‘안전한 보호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장애인들만 모아놓고 격리시키는 것이 과연 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비장애인들을 위한 것일까? 장 감독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존엄하다’라는 말이 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꿈이 뭐니?” 이 질문은 장 감독에게만 던져지던 질문이다. 동등한 두 사람을 대하는 세상의 태도는 너무나 달랐다.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불평등을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던 장 감독은 동생을 시설로 보내는 부모님에게 반대할 수 없었다.
‘탈시설’을 선언하다 장 감독이 동생의 ‘탈시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시설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부터다. 시설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시설 내에 인권침해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해결을 위해 공론화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집에서도 때려~.” “남의 자식 돌보기 힘들어서 한두 대 때렸기로 그거 못 참으면 여기서 동생 데리고 나가세요!” 시설 관리자들이 아닌 학부모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시설 속에서 장애인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깨진 순간 동생의 탈시설을 결심했다. 출발점은 시설이 아닌 동생의 삶 장애인의 탈시설을 돕는 단체에서 일하는 분에게 “동생은 자립 준비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제 동생은 장애가 너무 심해서 자립할 수가 없어요.” ‘자립’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믿고 있던 장 감독의 고정관념에 돌을 던진 건 다음 말이었다. “이 세상에서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은 없어요!” 생각을 시설에서 시작하면 시설을 벗어날 수 없지만 ‘동생의 삶’에서 시작하면 뭔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자립의 전제조건은 의존이다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의존해 살아간다. 장애인에게 보내는 ‘안 됐다’, ‘불쌍하다’는 시선은 그들이 조금 다른 영역에서 도움을 받고 살 뿐이라는 것을 인지 못하는, 또한 누군가에 의존해 살고 있는 비장애인들의 잘못된 시선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의존해 살면서 왜 장애인은 24시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불행 vs. 불평등 장 감독은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둔 가족은 왜 그것을 가족만의 불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이 사회 어딘가에 노예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현대 사회에 여전히 노예제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적 자원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불평등이라고 장 감독은 말한다.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불평등을 그저 하나의 슬픈 불행으로 동정하는 것은 안 된다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사회 ‘장애인도 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장 감독은 ‘어른이 되면’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도 나왔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연약한 사람들을 내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인 사회가 될까봐 두렵다”는 장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장애인’이 아니라 ‘삶’이었다며 이 사회가 얼마나 ‘단단한 공동체 삶’을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강연을 마쳤다.
다음 성남행복아카데미는 방송인 오영실과 함께 ‘마음 알아주기’라는 주제로 6월 13일(목) 오전 10시 시청 1층 온누리실에서 열린다. 성남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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