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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데이터 통제의 민주화와 공공적 활용의 필요

[K-이야기 속으로] 김철식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5/07/04 [21:2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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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데이터 경제의 부상


오늘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경제와 사회,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산업의 영역에서도 큰 변화를 낳고 있다.

 

자동차산업과 같은 대표적인 산업들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소위 미래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산업의 급격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IT, 소프트웨어, 통신 등 디지털 기술 기업과 인력이 집중돼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지역이 등장해 주목받는다. 성남의 판교 지역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대 가치창출의 핵심으로 데이터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간과 사물, 자연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활용되는 시대가 됐다.

 

이 글에서는 이렇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데이터를 생성가능케 하는 디지털 시대의 기술논리를 검토하고, 디지털 시대 가치창출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데이터와 관련된 쟁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디지털화, 초연결성, 플랫폼

 

디지털 시대 데이터의 대량 수집과 창출은 디지털화 기술, 초연결성, 그리고 플랫폼이라는 기제의 결합으로 가능해졌다. 우선 디지털화(digitization)는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드러나는 제반 정보들을 01이라는 이진법 숫자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20세기 중반 인지과학이 발전하면서 이진법이라는 가장 단순한 기호의 틀을 통해 인간 세상의 모든 것과 그것의 변화 및 발전을 서술할 수 있는 논리적인 체계가 구축됐다.

 

이후 컴퓨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20세기 말 이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알고리즘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01이라는 숫자로 분해재구성해 데이터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간과 사물, 자연과 사회가 모두 디지털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틀로 통일돼 표현되고 처리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화로 인해 표준화단순화된 지식과 정보가 생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 이제 그러한 지식과 정보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연결성은 그러한 데이터 확보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기제다인간과 사물을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디지털화되는 정보와 데이터를 무한히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지식과 정보가 이동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스마트폰과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정보와 지식의 유통 규모와 속도가 확대됐다.

 

사물인터넷(IoT)이 발전하면서 사람 사이의 연결을 넘어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제 인간과 사물, 기계, 사회와 자연은 전통적인 연결 방식에서 벗어나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맺고 연결된다.

 

초연결성이 얼마나 실현되느냐,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물, 인간과 자연과 사회가 연결되느냐에 따라 확보되는 정보와 지식, 데이터가 달라진다. 따라서 초연결성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 새로운 기회 창출의 핵심이 된다.

 

초연결성을 구현하는 장이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중개하는 디지털 기반시설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매개로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가지 창조적 활동을 수행한다.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중개하면서 이용자 활동의 결과를 데이터로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다시 분석과정에 투입되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거나 새롭게 가공재구성되면서 디지털 사회의 주요 수익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런 점에서 플랫폼은 초연결성을 구현해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생성집적하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통제의 민주화와 공공적 활용 필요


디지털화, 초연결성,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요 기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수집, 분석, 가공, 상품화의 과정을 거쳐 디지털 경제, 플랫폼 기업 수익의 핵심이 된다. 여기에서 디지털 핵심 자원인 데이터에 대한 통제의 문제가 제기된다.

 

플랫폼이라는 장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플랫폼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에 의해 생산된다. 이용자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메일, SNS, 블로그, 카페, 검색서비스 등을 이용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타인의 콘텐츠에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상과 관심, 선호 등에 대한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생산한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으로 소유한다. 이용자들이 디지털 시대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지만, 이들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한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전혀 참여하지 못한다. 의사결정 참여는커녕, 자신이 생산한 데이터가 누구에게 넘겨져 어떻게 활용되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이로부터 데이터 통제, 데이터 민주주의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용자가 생산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업체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데이터 통제의 권한을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생산 및 활용과 관련한 사회적 참여, 데이터의 공공성, 공적 활용 시스템이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쟁점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통제의 민주화, 데이터의 공적 활용은 진정한 공규경제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별기고: 김철식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