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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차 ‘정여울 작가 초청 강연’

10월까지 작가 초청 강연, 찾아가는 인문학 특강, 북콘서트 개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5/28 [08:4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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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 정여울 작가 초청 강연회     © 비전성남
 

성남시 중앙도서관은 ‘2019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5월부터 매달 인문학 강연 및 탐방 ‘책으로 힐링하는 행복동행, 행복충전’을 개최한다.

    
▲ 정여울 작가 초청 강연회 '빈센트 나의 빈센트'     © 비전성남

 

5월 25일 오전 10시 1차 강연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이 열렸다. 문학과 예술, 심리학, 철학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여는 정여울 작가는 올봄 반 고흐 에세이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출간했다.

 

지난 10년간 알 수 없는 열정으로 고흐의 예술과 삶의 흔적을 찾아다닌 기록이다. 그 10년은 작가가 빈센트를 넘어 자신의 자아를 성장시키는 여정이자 열정이었다.

    
▲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     © 비전성남

 

사춘기부터 빈센트를 좋아한 작가는 10여 년 전 충동적으로 떠난 도쿄 여행에서 빈센트의 ‘해바라기’가 한 보험회사 건물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지만 세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수위 아저씨가 다가와 휴관일이라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빈센트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설렜다.

 

작가는 그때 자신이 빈센트를 정말 좋아하고 있음을, 특별함을 다시 느꼈다. 집에 돌아와 그동안 모은 빈센트의 화보집을 꺼냈다. 가난한 대학원생 형편으로는 사기 힘든 것도 있었다.

    
▲ 강연 중인 정여울 작가     © 비전성남

 

그 후 빈센트의 그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은 열망에 휩싸였다. 힘든 시기였다. 부모님과의 갈등, 다음 학기 등록금, 불투명한 미래, 무엇보다 쓰고 싶은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결국 빚을 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별이 빛나는 밤’과 ‘사이프러스’를 보는 순간 펑펑 울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냉대와 비난 속에서도 죽을 때까지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빈센트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글쓰기와 공부를 계속했다. 쓰고 싶은 글을 쓰게 되기까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여러 번 위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 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 정여울 작가 초청강연회     © 비전성남

 

우리 안에는 사회적 자아(가면, 에고, 페르소나)와 내면적 자아(셀프, 그림자, 트라우마, 상처, 열등감, 무의식)가 있다. 사람들은 내면이 아닌 사회적 자아가 훌륭한 사람을 칭찬할 때가 많다.

 

복잡한 현대인들은 사회적 자아는 잘 관리하지만 내면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느 것이 진정한 자신인가? 에고와 셀프가 점점 멀어지면서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

 
▲ 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 정여울 작가 초청강연회     © 비전성남

 

빈센트는 셀프와 에고가 아주 가까운, 가면 없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솔직함이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가족이든 누구든 빈센트와 멀어지고 몰아냈다.

 

빈센트는 부모님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었지만 평생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정신병동에 보내자고 했고 어머니는 아들이 귀를 잘랐을 때도 죽었을 때도 오지 않았다. 동료화가들과 사람들은 그의 그림까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 사인 중인 정여울 작가     © 비전성남

 

정여울 작가는 에세이에서 “빈센트는 그 트라우마를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승화시켰다.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해 괴로운 모든 순간에도, ‘어떻게 해야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을까’라는 필생의 화두를 물고 늘어졌다. 빈센트는 우울과 발작의 고통 속에서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슬픔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생의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흔히 빈센트의 우울과 광기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여울 작가는 “광기와 우울로부터, 두려운 발작으로부터, 트라우마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그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빈센트는 아픔을 재료로 예술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픔에 맞서기 위한 용기’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 정여울 작가와 기념 촬영을 하는 참가자들     ©비전성남

 

빈센트에게 그림은 ‘bliss’, 즉 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이었다. 정여울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 진정으로 행복하다. 해외 글쓰기 투어에서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펜을 놓지 않아 일행이 놀랐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행복했다. 작가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행복을 찾길 바란다. 그 길은 힘들지만 힘든 만큼 희열도 크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이기에 놓칠 수 없다.

    

독서모임 일행과 함께 온 유은이 씨는 “책에서는 빈센트를 따라 가면서, 강연에서는 작가님의 여정과 솔직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의 열정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인간관계를 생각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 중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초청 작가와 저서     ©비전성남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통한 인문학 확산, 지역도서관을 인문학 대중화의 거점으로 발전, 책·현장·사람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문화의 장(場) 구축’을 목표로 2013년부터 열리고 있다. 매년 공모로 수행 도서관을 선정하며, 성남시에서는 올해 중앙·분당·수정도서관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시행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2019 길 위의 인문학’은 9월 7일까지 최희수·백영옥·고미숙·문요한·정혜윤 작가가 차례로 강연을 하고, 10월 8·15·22일에는 찾아가는 인문학 특강 및 북콘서트가 열린다. 강연과 탐방은 모집기간 동안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야 수강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일정이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중앙도서관, 2019 길 위의 인문학     © 비전성남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