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성남행복아카데미 11강 개최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7/12 [20:20]

▲ 11일 성남시청 온누리실에 모인 청중들과 영화평론가 최광희     © 비전성남
 

7월 11일 오전 10시, 성남시청 온누리실에서 영화평론가 최광희가 강연하는 성남행복아카데미 11강 ‘영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열렸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강원영상위원회 운영위원이며, 영화 ‘1987’을 기획하고 저서 『천만관객의 비밀』, 『무비스토커』, 『센스&난센스』 등을 집필하는 등 영화계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청중들에게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이 시작됐다. ‘기생충’과 ‘알라딘’ 관람객수가 제일 많았다.

    
▲ 행복아카데미 11강 - 영화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비전성남

 

우리나라 사람들의 1년 평균 영화관람수는 4편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기 영화에 쏠리는 현상이 있다. 나의 주관보다는 요즘 인기 있는 영화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입소문난 영화는 무엇인가에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가 누적관람객수 1천만 명을 넘어섰다면, 본인의 취향을 떠나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면 1천만 명을 넘었을까?’ 하면서 보러 간다는 것이다.

    
▲ 영화를 보는 시각의 변화를 강조하는 최광희 평론가     © 비전성남

 

최광희 평론가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의 첫마디가 “재미있다/없다”로 나뉘는데, 이제는 그 영화가 좋은가, 나쁜가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영화는 어떤 측면에서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이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 교양을 깊이 있게 가질 수 있었다면 그것은 좋은 영화다. 나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지, 반응하게 하는 영화인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

    
▲ 영화, 이렇게 보자     © 비전성남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경우 재난영화, 블랙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탄탄한 구조가 돋보인다. 똑같이 비가 오는 상황에 한쪽에서의 비는 낭만의 시그널이지만, 한쪽에선 침수된 집에서 빗물을 퍼내야 한다. 빼어난 만듦새, 범지구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유려하게 전하는 감독의 메시지에 좋은 영화로 꼽히며 세계적인 주목과 공감을 얻고 있다.

    
▲ 영화의 완성도를 말할 때 바라보는 시각     © 비전성남

 

또 영화의 완성도를 말할 때 시각적 아름다움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보는 미장센, 플롯(사건을 엮는 방식), 연기에 대해 말하는데,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의미, 메시지, 태도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평가하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늘 강의의 핵심인 ‘영화 해석의 층위’다.

영화의 인물, 이야기가 보는 그대로 느껴지는 text, text 바로 아래 감독이 숨겨 놓은 subtext, 어떤 영화가 사회와 맺는 관계, 즉 정치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는 context로 구성할 수 있다.

    
▲ 영화 해석의 층위     ©비전성남

 

‘재미있다, 연기 잘한다’로 평가하는 것은 text만을 보며 표피적으로 즐기는 것이지만, context까지 바라보는 것이 심도 있는 관람이다.

    

예를 들어 영화 ‘내부자들’의 경우, 유명한 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은 text다. 이 대사는 두 사람이 합작하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이제 너와 나는 친구다. 잘해보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subtext다.

    
▲ 영화 해석의 층위로 분석한 내부자들     © 비전성남

 

모히또와 몰디브의 위치가 바뀌었는데, 이는 정의로워야 하는 쪽이 불의하고, 불의해 보이는 쪽이 정의를 찾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context다.

 

영화 ‘곡성’의 핵심대사이며 유행어가 되었던 ‘뭣이 중헌디’.

관객들이 생각하게 하는 ‘뭣이 중헌디’는 text, subtext는 그 말에 내포된 왜 정신을 못 차리느냐, 정신 차리라는 뜻이다. context는 딸이 어른인 아버지의 행동이 사리분별을 못하는 것에 대해 논평하고 있다. 어른이 선과 악을 구별 못하니 내가 죽어가잖아?, 즉 어른들이 사리분별을 못해 애들이 죽었다는, 세월호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나홍진 감독의 한국사회에 대한  촌평이 이 짧은 대사에 함축적으로 들어있는 것이다.

 
▲ 영화 해석의 층위로 분석한 곡성     © 비전성남

 

최근 천만영화에 성큼 다가선 ‘알라딘’의 경우 원작(199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고, 그때의 ost는 어땠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2019년 ‘알라딘’은 주인공 자스민이 부른 ost ‘스피치리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문학(人文學)에서 인문이란 사람 人, 글월 文이다. 즉 글을 읽고 표현하는 것이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보고 ‘좋다’ 이렇게 단어로만 짧게 표현하지 말고, 주어와 술어가 있는 문장으로 표현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 '의미'를 중시한 괴테의 문장 - 최광희 평론가는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비전성남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로 이렇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대화의 소재도 풍성해지고 소통이 늘면서 일상적 관계도 윤택해질 것이다. 영화는 인문학적 감성을 키우는 좋은 재료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