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청 공감갤러리에서 사연 있는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수채화, 아크릴 등 34점을 선보이는 고금순(74·삼평동) 어르신은 3회째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판교로 이사 와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고금순 씨는 4살 때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의 품에서 자랐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새어머니가 들어오시고 고생이 시작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지 못해 한이 됐고, 24살에 결혼, 2남 1녀를 뒀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맵던지,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64살 되던 해 장지동에 있는 한림중·고등학교에 입학했어. 4년 동안 결석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학교에 다녔지.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어깨가 아파 병원치료 중 의사 선생님께서 그림을 그리려면 대학 졸업장을 머리에 이고 해야 한다는 말씀에 두려운 마음을 안고 백석예술대학교 회화과에 입학 원서를 냈어.”
“실기시험을 보려고 과일 그림을 열흘 동안 그렸는데, 학교에 가니 장미를 한 박스 담아놓고 그리라고 하는데 난감하기 그지 없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장미를 그려 합격의 영광을 얻었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판교역에서 강남역으로 다시 사당역에서 전철을 타고 백석예술대학교까지 시간 맞춰 학교 다니느라 고생을 했지. 그래도 장학금도 받으면서 다녔어.”
남편은 한문을, 딸은 영어를 가르쳐 줘서 오늘은 남편에게 한문을 배우고, 내일은 딸에게 영어를 배우러 번갈아 가면서 공부를 했다. 큰아들은 수업시간 등 필요한 것을 컴퓨터로 뽑아 주고, 작은아들과 사위는 물감을 사주고 응원해줘서 행복한 시간 웃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식구들이 고마웠다고 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그렸다는 모란(목단)꽃, 복을 빌며 돼지와 가족들을 꽃 사이에 그려 넣어 다복과 부를 빌었다는 작품 ‘발전’은 화려하고 선명하고 내용까지 담고 있다.
‘샤갈 + 내가 살던 시집살이’는 시어머니, 시누이들에게 시달리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야탑동 평생학습관에서 그림을 배우는 동료들과 하기임 선생님이 전시장을 방문해 축하를 해줬다. “40대, 50대의 열정으로 행복함으로 그림을 그린다. 안 봐 줄래도 안 봐줄 수가 없을 정도로 그림에 욕심이 많아, 대단한 열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혜정(산성동) 씨는 “아름다워요. 어두운 인생 이야기도 그림으로 표현하니 밝은 색이 전시장을 환하게 하네요. 건강하게 그림 그리시는 모습이 부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그림이 더 소중해서 그만두었는데, 판교고등학교, 고향인 구례 중·고등학교, 모교인 간전초등학교 등을 찾아 6개월 동안 “내 꿈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라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러 다녔다. 남편과 함께 ‘노래가 좋아’ TV에 출연, ‘봄날은 간다’를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고, ‘황금연못’에 출연해 살아온 날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풀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제34회 전국공모 모란현대미술대전에서 특선한 ‘큰며느리의 반란’은 제사를 모셔오는데 서운했던 날을 표현한 그림인데,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를 마치고 시청 공감 갤러리로 왔다.
“내 꿈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고금순 어르신의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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