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싶지 않은 계절, 가을이 가고 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과 함께 곳곳에서 들리는 축제 소식이 이 귀중한 계절을 놓치지 말고 어서 즐기라 한다. 봄과 여름에 흘린 땀의 결실을 수확하는 기쁨과 풍성함이 있는 가을은 클래식 음악으로도 많이 노래된다. 그중 조금 색다른 분위기의 가을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1812년 서곡>,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교향곡 6번 ‘비창’ 등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작곡가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러시아에서 일어난 민족주의 음악 열풍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만의 낭만주의 음악 스타일을 고수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차이코프스키(1840~1893)의 작품 <사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저널 출판업자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피아노 작품이다. 1875년 12월부터 1876년 11월까지 열두 달에 걸쳐 완성됐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러시아의 풍경이 열두 작품 속에 잘 담겨 있다. 1월 ‘난롯가에서’, 2월 ‘사육제의 주일’, 3월 ‘종달새의 노래’, 4월 ‘송설초’, 5월 ‘백야’, 6월 ‘뱃노래’, 7월 ‘풀 베는 사람의 노래’, 8월 ‘수확’, 9월 ‘사냥’, 10월 ‘가을의 노래’, 11월 ‘트로이카’, 12월 ‘크리스마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풍성함을 노래한 작품들과 달리 차이코프스키 <사계>의 ‘10월: 가을의 노래’는 가을 끝자락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축제가 끝난 후의 적막함, 색색의 단풍들이 그 마지막 힘을 다해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가는 결국 자연의 섭리를 이기지 못하고 허공에서 마지막 춤을 추며 떨어지는 풍경이 자아내는 쓸쓸함과 그리움의 감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 <사계>의 열두 작품에는 러시아 문호들의 시구가 붙어 그 곡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10월 : 가을의 노래’에는 톨스토이의 시가 이 작품의 성격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을, 우리의 아련한 뜰은 초라해져 가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은 바람에 날려가네 시간을 내서 멀리 단풍 구경을 하지 않더라도 거리를 오가는 동안 잠시 눈을 돌려 가을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볼 여유를 갖기를 바란다. 거기에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10월’이 함께 한다면 일상 속 나만의 콘서트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차이코프스키’를 입력하면 원곡인 피아노 버전을 비롯해 실내악 편곡 버전, 두 대의 기타를 위한 버전,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 버전 등 다양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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