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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

베토벤 <론도 카프리치오, 작품번호 129>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0/29 [11:1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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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화요일인 29일은 ‘금융의 날’이다.

    
▲ 동전     © 비전성남

    

‘금융’과 관계된 클래식 음악이 있을까? 있다. 베토벤은 누구나 다 아는 클래식 작곡가이지만, 그가 만든 작품 중 동전 한 닢과 관계된 부제를 지닌 곡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동전들     © 비전성남

 

내 손을 빠져나간 동전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곡, <론도 카프리치오, 작품번호 129>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부제로 더 유명하다.

    
▲ 13세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83년경)     © 비전성남

 

“세상에는 수천 명의 왕자가 있지만, 베토벤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라며 그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기를 거부한 위대한 작곡가가 땅으로 떨어져 굴러가는 동전 하나를 주우려 허리 굽혀 쫓아가는 모습이 상상이 돼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작품이다.

 
▲ 산책 중인 베토벤     © 비전성남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동전의 재빠른 탈출에 불같이 화내는 베토벤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곡이지만, 사실 이 작품의 부제와 작곡 일화는 한때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만든 것이다.

    
▲ 한때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 1795~1864)     © 비전성남

 

어느 날 잃어버린 동전 하나를 찾느라 하녀를 추궁하고 밤새 가구를 옮기며 소란을 피운 베토벤이 결국 자신의 주머니에서 동전을 발견했다는 일화를 만들어낸 쉰들러는 그것도 모자라 베토벤의 악보에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고 적어 놓는다.

    

베토벤이 사망한 다음 해, 베토벤의 유품 중 이 곡을 발견한 출판업자 디아벨리는 이 곡이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작품번호 129번을 부여한 채 출판한다. 출판 당시, 쉰들러가 적어놓은 부제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는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화려한 연주 기교가 필요한 이 작품에 도전한 연주자들은 무수히 많다. 누가 더 빨리 칠 수 있나 경쟁하듯 많은 연주자들이 초인적 속도로 연주한다. 과연 어느 연주자가 발(물론 여기서는 건반 위를 달려가는 연주자의 손가락이다)이 꼬이거나 넘어지지 않고 데구루루 굴러가는 동전을 잘 쫓아가는지 비교하며 들어봐도 좋을 듯하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베토벤 론도’를 입력하면 다양한 연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