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구 태평3동 ‘남문로 44번 길’은 태평초등학교 옹벽과 수진초등학교 후문이 마주보는 골목길로, 경사진 길이 태평3동 윗마을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태평초등학교 높은 옹벽을 따라 주차한다. 앞만 보고 오르내리기 바쁜 이 골목길에 시선을 끄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옹벽에 설치된 ‘에코밸리커튼 골목미술관’이다.
‘태평3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주민, 예술인들이 협업하여 노후한 옹벽 주변을 정돈하고 마을의 문화예술 성과를 주민과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문화 선순환을 실천하려는 주민의 뜻을 모아 2019년 성남시 마을만들기 기획공모사업 기금으로 추진됐습니다.’ 에코밸리커튼 골목미술관의 설명이다.
‘에코밸리커튼(Ecovalley Curtain)’은 성남 원시가지 마을의 어린이들과 작가들의 창작적 협업(콜라보레이션)으로, 상상의 이미지를 장막에 담아 경사진 마을 골목길을 따라 설치해가는 예술이자 문화적 공명이다. 2017년에 시작해 올여름 세 번째 장막 전시를 마쳤다.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는 한여름 무더위 지친 주민들의 일상에 시원한 그늘막, 특별한 쉼터가 된다. 또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가 열린다.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해마다 새로워진다. 올해는 장막이미지로 만든 인디언텐트가 문화가 있는 날 축제에 등장했다. 흥겨움 한편의 나만의 공간으로 참가자들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렸다. 인디언텐트도 마을 주민들의 협업으로 탄생됐다.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태평동 예술문화공간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은영 대표는 2017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을에서 주민들이 이뤄낸 것은, 다시 마을과 주민들에게 되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그 방법을 고민하던 중, 태평3동 주민자치위원회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제안받고 '에코밸리커튼 골목미술관'을 진행했다.
‘에코밸리커튼 골목미술관’에 설치·전시된 12개 작품은 에코밸리커튼 프로젝트 첫해인 2017년 작품이다. 태평동 어린이들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꿈’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 시각예술작가 12명이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다.
김 대표는 골목미술관 준비과정에서 주민들의 단합된 힘과 애정에 놀랐다. 차량이동부터 골목과 옹벽 청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옹벽 아래 100m, 빈자리 하나 없이 이어진 차량들. 태평3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주민자치위원회가 여러 날 동안 안내장을 붙이고 주차 차량마다 전화해 맞은편 길에 주차하도록 안내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차량 한 대만 제외하고 모든 차들이 자리를 옮겼다. 주민들이 옹벽 주변을 쓸고 치우고 넝쿨을 걷어내고 물청소를 했다. 훤히 드러난 옹벽에 작품들을 설치하고 흰색 가림막을 씌우고 제막식을 기다렸다. 가림막은 다른 행사에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10월 31일 제막식이 열렸다. 참석한 주민들은 태평동 양말공장에서 나온 양말목으로 만든 코르사주를 달고, 가림막을 벗겼다.
김은영 대표는 제막식에서 일어났던 뜻깊은 순간을 전해줬다. 제막식 끝나고 참석 주민들이 함께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초등학생이 “어, 내 그림이다”라고 외치면서 작품을 가리켰다. 2017년 태평초등학교 1학년이던 추준혁 어린이다. 작품은 김창겸 작가가 상상력을 더한 『꿈』. 참석한 주민들과 김은영 대표 모두 기쁘고 흐뭇했다. 김 대표는 “준혁이에게는 태평3동이 특별한 장소로, 자기만의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태평3동 주민자치회 작품발표회장을 방문하려던 수정구 박준 구청장도 함께했다. 기자는 11월 6일 북적거리는 등교시간이 지나서 에코밸리커튼 골목미술관으로 찾았다. 인적이 조용한 골목길, 옹벽에 길게 전시된 작품들 속에서 아이들의 하고 싶은 꿈, 되고 싶은 꿈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꿈들이 마을에서 영글어가길, 그들의 꿈들이 익어가는 마을이 되길 기원한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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