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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서 열린 ‘시민이 짓다’ 성남박물관 시민공론장

첫 번째 '하루 간의 박물관여행' 다녀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1/20 [17: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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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성남
 
11월 19일 오전 8시 30분, 비가 갠 후 아침이라 제법 쌀쌀한 가운데 ‘하루 간의 박물관 여행’을 떠나는 일행을 태운 버스는 성남시청 앞을 출발했다. 성남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시민공론장에 참여한 33명 시민이 탄 버스였다.

    

시민공론장은 시민들이 참여해 생각하고 조사하고 토론하며 우리 성남의 특색을 담는 박물관을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박물관에 관심 있는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시민공론장 참여자들을 공모했다.

    

시민들의 참여로 박물관이 만들어지는 것도 안산의 산업역사박물관 건립 외엔 없었고 오늘처럼 박물관에서 공론장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호일 성남시 문화예술과장의 배웅을 받으며 시작된 이날 행사에 정윤하 문화재보존팀장이 동행했다.

 

정 팀장은 "성남의 역사를 기록하고 남기려는 노력들이 모여 박물관 건립으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그 첫 출발이 오늘 행사인데 이런 기회를 가지게 돼 감격스럽습니다"라며 박물관 건립의 초석이 될 좋은 의견 부탁한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출근시간과 맞물려 다소 교통정체가 있었지만, 참여자들은 하루 다섯 군데나 되는 박물관투어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 가득했다. 참여자들을 태운 버스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청계천박물관이었다.

    

청계천 물의 흐름을 표현하듯 경사로를 통해 박물관을 이동하도록 설계된 청계천박물관은, 광주대단지사건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이 낳은 성남의 역사를 어떻게 박물관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적당한 첫 방문지였다.

 
▲ 청계천박물관에 소개된 광주대단지사건     © 비전성남

    

정은란 학예사(판교박물관)는 "도시빈민들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벗어나면 도시빈민들의 강한 삶의 의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남으로 떠밀려온 도시빈민들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성남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없었고 지금의 성남도 없었을 거예요"라고 했다. 

 

이어 "50여 년 역사를 가진 성남을 담게 될 시립박물관은 강인한 생활력을 가지고 성남에 정착한 도시빈민들의 삶의 의지를 담아내는 공간일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 청계천변에 재현된 판자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시민공론장 참여자들     © 비전성남

    

청계천변에 재현된 판자촌을 둘러본 후 33명의 시민공론장 참여자들이 서둘러 향한 곳은 문화복합공간의 모델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정은란 학예사는 "박물관은 살아 있고 변화해야 합니다. 유물전시에 국한된 박물관은 시민들에게 외면받을 거예요. 급격한 변화의 시대, 우리는 상상한 대로 이뤄지는 시대를 살고 있지요. 성남시립박물관은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장애인이나 고령층 같은 소외계층도 모두 쉽게 찾을 수 있고 모든 시민이 박물관을 향유하는 문화복합공간이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관의 구리로 만든 조사상 - 판교동사무소 근처 절터에서 2008년 발굴됨.     © 비전성남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실에는 2008년 판교동사무소 근처 절터에서 발굴된 유물이 있다. 승려의 옷을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쓴 채 합장을 한 자세를 취하는. 구리로 만든 조사상(조사: 학문이 뛰어난 고승)과 비로자나불상이다.

    

개인의 수양을 중시한, 선종이 유행했던 고려는 불상이 많지 않은 탓에 이 유물들의 가치는 더 크다. 판교박물관이 만들어지면서 4,741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수받았지만 구리로 만든 조사상과 비로자나불은 아직 판교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한 유물이다.

 

언젠가 판교박물관에서 이 유물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며 참여자들은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으로 출발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관의 비로자나불상 - 판교동사무소 근처 절터에서 2008년 발굴됨     © 비전성남
▲ 판교박물관에서 언젠간 전시될 것을 기대하며 유물을 보는 시민공론장 참여시민들과 김산 소셜픽셔니스트(가운데)     © 비전성남

    

지상엔 생태공간을 유지하고 지하로 전시공간을 조성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복합공간으로 유물과 사람들의 얘기 그리고 상점이 모여 감동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이라 이날 방문지로 선정됐다.

    
▲ 1층 생태공원으로 녹지를 확보하고 지하에 전시공간을 조성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 비전성남

    

네 번째 방문지는 국립민속박물관. 유물전시 위주의 고고유물관에서 탈피해 박물관 설계에 디자이너가 참가해 생활과 연계되면서 예쁘고 풍부한 교육공간으로 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연구관은 그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체험행사를 자세히 소개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성남시립박물관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 국립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연구관과 시민공론장 참여자들     © 비전성남

    

이날 일정은 마지막으로 고궁박물관을 둘러본 후 오후 6시가 넘어서 마무리됐다.

    

시민으로서 이번 시민공론장에 참가한 윤창근 성남시의원은 "성남시립박물관은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로 시민의 의견이 반영돼 건립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5개 박물관을 둘러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걱정도 앞서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건립을 앞둔 우리 박물관은 오늘 돌아본 박물관들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어렵사리 확보한 박물관부지의 활용 극대화라는 숙제를 안고 갑니다. 시민으로서 시민공론장 참여자들과 최선을 다해 멋진 성남시립박물관 건립에 동참해 보려고 합니다"라며 하루 일정을 정리했다.

 
▲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기념촬영을 한 시민공론장 참여자들     © 비전성남

    

2020년 1월 21일까지 시민공론장 참여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판교박물관에 모인다. 분과를 나눠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문헌조사를 거치며 좋은 박물관을 위한 해결방안을 탐색한 후 최종결과보고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이 주관해 진행된다.

    

성남시립박물관은 1990년대부터 거론되다가 길 없는 산꼭대기 낙성대공원에서 분당 화랑공원으로 예정부지가 바뀌었는데 민원으로 좌절되는 듯했다. 그러나 신흥2동 제1공단부지에 공원이 생기면서 어렵사리 들어서게 됐다. 광주대단지 개발 때부터 함께했던 곳이다 보니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시민의 의견이 잘 반영된 문화복합공간으로 성남시립박물관을 다 함께 만드는 귀한 기회이길 바란다.

 

    

문의 : 031-755-6683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