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오후 4시,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Borderless Access’展 개막식이 판교에 위치한 ICT문화융합센터 3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ni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ICT문화융합센터·성남문화재단 공동 주관으로 이뤄진 이번 기획전의 개막식에는 전시 축하를 위해 ICT문화융합센터를 찾은 내외빈과 전시 참여 작가들이 함께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VR AR콘텐츠산업본부 최연철 본부장은 “ICT기술은 효율, 편리를 지향하다 보니 차갑다는 이미지가 있다. 차가운 기술이 따뜻한 문화·예술과 만났다. 앞으로도 기술과 문화의 만남을 지속·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활동이 세계시장으로까지 뻗어 나갈 수 있게 성남문화재단과 함께 노력하겠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성남문화재단 문화국 강승호 국장은 “문화예술과 산업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특이점을 보여주는 전시다. 앞으로도 첨단 ICT산업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져 장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창의적 시대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내외빈 및 작가 소개와 축하 인사가 끝난 후, 본 전시를 기획한 김보영 ICT문화융합팀 수석의 안내로 전시관람이 시작됐다.
AI, 피지컬 컴퓨팅(센서를 통해 인식한 현실세계를 디지털화해 모니터나 LED 등의 장치로 출력하는 것), 프로젝션 맵핑(프로젝터로 대상물 표면에 영상을 투영하는 미디어 아트 기법), 인터렉티브(쌍방형 소통예술), 키네틱 아트(동력이나 관람자의 힘에 의해 작품이 움직이는 예술) 등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한 미디어아트 작가 9명의 14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첫 작품으로 이재형 작가의 'Bending Matrix Bear'와 'Face of City'가 소개됐다. 'Face of City'는, SNS에 노출된 집단감정을 실시간 얼굴 표정 변화로 알 수 있는, 실시간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품이다. 이재형 작가의 인공지능을 통한 감성 시각화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Face of City'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2020년 해외에서 공공프로젝트로 진행 예정이라는 소식도 있다.
팀명 시리얼타임즈 (c.realTimes)는 ‘보다 see’ + ‘동시대성 contemporary’을 의미한다. 미술, 공학, 디자인을 배경으로 가진 세 명의 작가(강민준, 김민경, 송천주)가 한 팀이다. 강민준 작가의 '빚는 법'은 현대인이 항상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한 스마트폰. 실존하는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세계를 찾아 손에 쥔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쓸어내리고 두드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관객이 지나는 좁은 통로는, 손의 움직임이 가득하지만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텅 빈 이중적 공간을 의미한다.
윤성필 작가의 '액체 조각 프로젝트 01'은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리적 힘의 일시적 현상이 궁극적 실재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자석 모듈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액체자성유도체가 도트(dot)로 변환돼 이미지로 나타난다. 작품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운동 에너지가 감지센서를 통해 어떤 이미지로 전환되는지 살펴보며 작가가 던진 인간존재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한 작품이다.
박종영 작가의 'Marionette 7'은 인체 크기의 마리오네트(끈으로 조종하는 인형)와 다섯 개의 빨간 버튼으로 구성됐다. 버튼을 누르면 마리오네트의 연결된 부분이 움직인다. 관객에게 마리오네트를 움직일 힘을 부여함으로써 작품, 관객, 작가 사이의 권력구도를 경험하게 한다. 전시 참여 관객이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는 절대적 힘을 지니지만 현실에서는 사회, 권력자, 미디어에 통제당하는 마리오네트 같은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디지털 세상 속 현실과 가상의 세계 사이에서 길 잃은 인간의 실재성을 탐구하는 이도현 작가. 그의 'Cage'는 25개의 LED 막대가 12분 40초 동안 계획된 영상을 무한히 반복하는 작품이다. 이도현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가 흥미롭다. “세상 끝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행을 떠난 어떤 존재가 여행 말미 세상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철창이다.” 자유로운 줄 알았던 자신이 철창에 갇힌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SDE(Screen-Door-Effect: 디스플레이 화면 속 작은 픽셀들 사이로 격자가 두드러져 나타나는 현상)라고 한다. “시대가 변할수록 디지털의 틈(SDE)은 좁아지고 인간들은 점점 더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창살에 갇혀 그 틈 너머의 세상으로의 탈출을 꿈꾼다”는 의미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 발달에 몰입하는 것과 거기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하이브(Hybe: hive for Hybrid Environment) 한창민 작가의 'Light Tree: Interactive Dan Flavin'은 사람과의 교감을 원하는 LED 나무 작품이다. 손을 대고 나무 빛이 원하는 색으로 변했을 때 손을 때면 나무가 빛의 춤을 춘다. 한창민 작가의 '콰르텟 Quartet'은 체험 작품이다. 음악에서 ‘콰르텟’은 4중주를 말한다. 이 작품이 음악의 콰르텟과 다른 점은 한 사람이 네 사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네 개로 분할된 영역 앞에서 각각 원하는 모습을 취하면 5초 간격으로 네 개의 영역에 네 명의 내가 동시에 나타난다. 네 가지 동작을 미리 상상하고 작품 속으로 들어가 나만의 ‘콰르텟’ 작품을 만들어 보면 좋다.
이재원 작가는 2010년부터 시리즈물 '유성우(流星雨)'를 제작했다. <유성우: 별비가 내리다 – STAR SHOWER>는 작가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암막으로 가려진 방을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하얀 등 무리가 보인다. 눈물, 빗방울, 별, 행성의 의미를 담은 흰 등에는 그림자 그림이 투영돼 이재원 작가의 돌아가신 부친과의 추억을 들려준다. ‘돌아가셨다’는 한국말에서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찾은 이 작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우리들의 눈물은 별이 되고, 죽은 자는 별로 돌아간다’고 답한다.
허수빈 작가는 성남문화재단이 기획·지원하는 ‘태평공공예술창작소’ 1기 입주 작가다. ‘빛’과 관련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온 허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은 '빛의 무게'다. 전시관에 놓인 역도기의 양 끝에 달린 추에는 작은 전구가 촘촘히 박혀있다. ‘빛’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무게를 무겁게 느낀 허 작가는 역도기 추에 전구를 달아 불이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역도기를 들어봄으로써 빛의 무게를 체험해보자 생각했다고 한다.
마지막 작품은 소수빈 작가의 'Heuristic of new-ecosystem 신-생태계의 휴리스틱'이다. ‘휴리스틱 heuristic’은 ‘스스로 발견하는’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다. “생물 중에 유일하게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하는 것이 식물”이라며 “기계라는 매체를 이용해 삶을 사는 인간처럼 식물에게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Borderless Access’展은 11월 21일부터 12월 15일까지 25일 동안 진행된다. 전시회 입장료와 관람료는 무료다. ICT문화융합센터 주차는 최초 2시간 무료, 이후 10분당 500원이다.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 대상 과학&예술 융합 교육프로그램’과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허수빈 작가가 진행하는 ‘초등학생 대상 과학&예술 융합 교육프로그램’은 11월 23일과 30일에 있다고 하니 토요일 자녀에게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보여주고 싶은 학부모들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교육프로그램 문의 : 공동기획전 공모진행팀(담당:전지원 실장) 02-336-5024 ICT문화융합센터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대왕판교로 815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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