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를 감싸 안은 듯 만들어진 ‘휴먼링’은 위례 지역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위례 지역(성남·송파·하남)을 동그란 띠모양으로 에워싼 총 길이 4.4km 휴먼링은산책로와 자전거길로 나란히 놓여 있다. 걷는 동안 횡단보도나 차량의 방해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위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로 휴먼링을 위례 주민들에 섞여 함께 걸어봤다. 밀리토피아호텔 옆 창곡천 변에서 휴먼링 한 바퀴를 시작했다. 휴먼링은 신도시의 시작과 함께 가꿔진 나무가 한낮의 햇빛을 가릴 만큼 자라지는 않았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가꿔 놓은 나무와 꽃사이엔 어디선가 날아와 자리 잡은 들꽃들이 보인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어울려 살며 새로운 도시가 된 위례의 모습 같다.
걷는 내내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때죽나무꽃을 흔들어댔다. 메꽃의 나팔소리가 때죽나무꽃 종소리와 어우러졌다. 약한 시간 반 동안 위례를 여행하는 기분, 산책로는 위례의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4.4km를 걷는 동안 성남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하남, 서울을 돌아 다시 성남으로 돌아오는 것도 휴먼링의 재미다. 나란히 놓여 있는 길 위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길을 떠난다. 위례가 백제 초기의 도읍지여서일까. 온조,근초고왕, 무령왕 등 백제왕에 대한 이야기가 산책로 중간중간에 쓰여 있다. 발길 멈춰 지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온조왕 앞에서는 고구려, 신라의 탄생도 함께 떠올려 보고 무령왕 앞에서는 무령왕의 무덤이 있는 충남 공주로 잠깐 이야기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산책로에 쓰인 이야기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글은 ‘남한산성에서 마장동까지 서울 도보 1일 생활권’이다. 50년전만 해도 남한산성에서 소를 팔러 서울 마장동까지 걸어다녔다는 이야기. 새벽 1시에 출발해 6시간을 걷고 소를 팔고 다시 돌아오면 해질녘이었다는 설명. 당시의 자연풍경과 그 길을 걷는 사람과 소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창곡천에서 바람이 부는 대로 누워 쉬는 달뿌리풀잎 한 장을 떼었다. 징검다리에 서서 풀잎으로 배를 만들어 띄웠다. 물결 따라 흔들흔들 내려간다. 풀잎배 떠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탄천으로 이어진다.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남한산성 등산로 초입이다. 천천히 걸으며 나무 한 그루, 풀잎 하나를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면 산책로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른 봄 작은 꽃을 서둘러 피우고 꿀벌에게 꿀을 내어 준 회양목은 벌써 열매를 맺었다. 부엉이 세 마리가 머리를 맞댄 것 같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 타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민들레 씨앗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걷다 도착한 수변역사공원에서는 고구려 ‘횡혈식석실묘’를 볼 수 있었다. 백제왕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길이 물길 따라 고구려 이야기까지 흘러왔다. 새로운 도시에서 오래된 이야기를 만나며 자연을 누렸다. 위례 휴먼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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