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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햇빛을 나누는 식물, 몬스테라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5/26 [14:3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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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식물이 스스로 양분을 만들게 하는 근원적인 에너지원으로 식물이 꼭 확보해야 할 자원이다. 6월이 되면 따스하던 봄볕이 어느새 뜨거운 햇살로 바뀐다.
 
점점 길어지고 강해지는 햇빛을 강력한 생존의 에너지로 인식하는 식물들은 빛을 확보하는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어떤 식물은 낮 동안의 빛의 각도나 온도변화에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집광판 역할을 하는 잎은 한 나무에서도 위치에 따라 다르다.
 
햇빛이 많이 드는 높은 곳과 바깥쪽의 잎은 두툼하고 색이 짙다. 두툼하고 짙은 색의 잎을 양엽이라고 하는데 양엽에는 엽록소가 깊이 분포하고 있어 많은 양의 햇빛을 이용해 단시간 내 많은 양의 양분을 생산한다.
 
반면 아래쪽이나 안쪽에 있는 음엽은 두께도 얇고 색도 연하다. 음엽은 가능한 한 아래로 떨어지는 빛 조각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넓게 퍼져 있다.

빛을 확보하기 위해 빨리 자라는 것이 우선인 어린 식물들은 모든 에너지를 줄기의 중심으로 모아 위로 향하는 데 힘을 기울이며 햇빛을 얻을 수 있는 고지를 차지하는 데 전념한다.
 
그러나 모든 식물이 높이 자라 햇빛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것이 어려워서 언제나 큰 나무에 가려져 큰 나무의 가지 아래 빈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는 식물도 많다.

숲속 어두운 곳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항상 빛 부족에 시달린다. 가끔 바람이 불어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쳐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일시적으로 들어오는 빛은 이 식물에게 아주 요긴하다.
 
은근하고 지속적인 약한 빛보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강한 햇빛에 잎들의 양분 생산이 더 많다고 한다. 낮은 키의 식물들은 빛 한 조각이 아쉬운 것이다.

그런데 식물 중 주변의 식물들과 햇빛을 나누고 또 자신의 잎이 최소한의 그늘을 만들도록 발전한, 참 고마운 식물이 있다. 몬스테라다.
 
멕시코가 원산지며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고 천남성과에 속하는 몬스테라의 잎은 다소 깃처럼 갈라지고 군데군데 구멍이 파여 있다. 갈라지고 구멍 뚫린 잎 덕분에 폭우와 강한 바람에 견딜 수 있고 밑에 달린 잎에 광선이 통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게다가 몬스테라는 공기정화 능력도 있고 식물체 배수 조직에서 스스로 물 조절을 할 수 있는 일액현상을 보이는 똑똑한 식물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 배려와 공동체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 햇빛을 독점하기보다 주변의 식물들과 나누는 잎을 가진 몬스테라가 더 특별해 보인다.
 
취재 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