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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기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성남의 첫걸음, 「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의 의의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4 [10:0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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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5일장에서 점포 없이 장사하는 분들을 지원할 방법은 없습니까?” 성남노동포럼의 첫 모임(2020. 2. 27)에서 나온 도전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이 질문이 평생 노동정책을 공부해 온 저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낯설었습니다. 노동정책의 대상은 원래 임금근로자이며 대상을 넓힌다고 해도 보험설계사와 같은 특수고용직까지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노동권익 조례 정도로 생각했던 참석자들의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자는 것이었으니까요.
 
외부 전문가들은 특고와 프리랜서 그리고 1인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용어와 일하는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 노동권에 논의를 집중했고, 내부 공무원들은 노동권익 향상을 위한 시장의 책무, 행정 전달체계, 관련 기구에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조례안을 위한 성남시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협업은 2018년 말에 준비돼 2년간 진행됐습니다. 2019년에 1기 포럼을 진행했고, 성남노동포럼이라 부른 2020년의 2기 포럼은 두 번의 준비모임, 다섯 번의 세미나 및 한 번의 국회 발표회로 진행했습니다.
 
‘일하는 시민 조례’는 노동정책에서 중요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먼저 적용대상을 일하는 시민 모두로 확대했습니다. 여기에는 노동관계법에 따른 근로자는 물론이고 고용상지위나 계약 형태에 상관없이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포함됩니다.
 
프리랜서, 방과 후 교사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 1인 영세 자영업자도 노동정책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로써 지난 20여년간 특고 논쟁의 덫에 갇혀 길을 잃었던 중앙정부의 노동정책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많은 언론과 방송이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겁니다.

둘째, 일하는 시민이라는 용어를 통해 일하는 모든 분들이 일터에서도 인권을 존중받아야 하는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셋째, 일하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로서 ① 기본적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받으며 차별 없이 일할 권리 ②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③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적정한 임금·소득과 휴식의 권리 ④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 ⑤ 일터의 주요 결정에 참여할 권리들을 명시했습니다.
 
노동헌장(Magna Carta at work)이라고 부를 만한 이런 권리들은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참고한 것으로 향후 우리 정부가 관련 법령을 만들 때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넷째, 의무자를 특별히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사용자와 정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일하는 사람의 기본적 노동권을 존중하도록 했습니다. 갑질하지 않을 의무는 아파트 주민이나 음식점 고객도 지게 한 것이지요.

‘일하는 시민 조례’는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 더 중요합니다. 2000년대 이후만해도 우리나라는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감염병, 기상이변, 중국이나 일본 등과의 외교 갈등으로 큰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임금근로자 중에는 파견이나 용역과 같은 비정규직의 어려움이 가장 크고, 소득감소 면에서는 특고나 프리랜서 또는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노동정책 등 정부 대책은 취약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일자리와 계층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함께 전 국민 노동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합니다.
 
전 국민 노동법은 일하는 시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노동법을 말합니다. 시민 누구나 일하는 과정에서 노동의 기본적 권리와 보호를 누리고, 다른 한편 일반 국민도 다른 시민의 노동권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남시의 일하는 시민 조례가 전국민 노동법 제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먼저 앞당겨 살아가는 성남 시민분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