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 주일 동안 잘 지내셨어요?” 랜선을 통해 전해지는 윤정 작가의 따뜻한 인사에 어르신들이 답한다.
수업을 신청하신 12명의 어르신과 컴퓨터 화면을 마주 보며 진행돼는 ‘캐리커처’ 수업이 이제는 익숙해진 듯 모두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나눴다.
컴퓨터 화면에 한 분 한 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은 입 모양을 강조한 얼굴을 그려 보겠다는 설명과 입, 코, 눈의 기본 구조를 설명하며 부분 스케치에 들어갔다.
“입 모양 잘 되세요? 어르신 정말 잘하시네요.” “이번에는 코의 앞모습, 옆모습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함께 그려 주세요.” “눈의 구조를 잡고, 쌍꺼풀을 만들어 주고, 눈동자를 잘 칠해 주세요.” “잘 되셨지요? 화면에 보여 주세요.” “네.” “몰입하게 돼서 그림 생각만 나시죠.” “네, 재미있어요.”
묻고, 답하고,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으로 이어졌다.
“오늘 수업은 입 모양을 강조한 그림이기 때문에 타원형을 그린 후 가운데 선에 입 모양을 맞춰주고 윗입술, 아랫입술, 코는 가운데 선에 맞춰서 코볼을 만들어 주고 눈은 작게 표현할 거예요”라고 미리 말한다.
“어르신, 손주들에게 가르치신 분 계시나요?”라는 질문에 “손주들이 재밌게 그림을 그렸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은 줌을 통한 온라인 수업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어르신들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즐거움인 것 같다.
‘이’는 원근감을 살려서 표현해 주고, 코 아래 인중도 표현해 본다. 웃는 모습으로 인해 생긴 주름도 살짝 그려 넣고, 지금까지 그린 기본 그림 위에 눈동자를 그리고, 눈썹을 그리고, 눈코입의 형태를 정리했다.
입술도 결 방향으로 강조해서 칠해 주고, 머리 모양은 어르신들의 마음대로 그리시기를 주문했다.
머리카락을 결 방향으로 부분부분 강조해서 칠하자 윤기 나는 머릿결로 탄생했다. 피부와 쉽게 구분되고 얼굴이 또렷해졌다.
본인들의 그림에 만족해하는 어르신들이 각자의 그림을 화면에 비췄다.
윤정 작가는 그동안 어르신들과 수업을 해오면서 본인이 더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단톡방을 만들어 그림을 올리면, 어르신들이 연습을 잘하셔서 그림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튜브로 수업을 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줌에서 수업을 하니 서로 교감이 전해져 훨씬 좋다고 했다.
윤 작가는 3년째 캐리커처 수업에 참여하는 박모 어르신은 지금까지 700장을 완성했는데 1천 장이 목표라고 어르신을 칭찬했다. 정모 어르신은 수업 후 완성된 그림을 단톡방에 올려 주시고, 이모 어르신은 손주들 그림을 지도하시며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일러 준다. 또 다른 이모 어르신은 집에서 연습한 남편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김세진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출석을 점검하고, 진행되는 수업시간을 점검하면서 어르신들의 완성작품을 볼 때마다 미술프로그램 진행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윤정(작가) 강사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에 몰입하면서 집중하게 되고 몸과 마음의 치유 시간이 된다”면서 몇 년 전 친구에게 그림을 권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아픔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으면서 본인이 더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2017년 4월 3일 개관한 판교노인종합복지관은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한다.
행복한 지역공동체라는 미션 수행과 행복한 노년, 함께하는 지역사회 노인복지플랫폼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상담, 돌봄, 건강증진·평생교육·취미여가 지원,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활동 지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