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 때문에 중국에서 사느라 가족들과 2년간 떨어져 있게 됐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장시간 가족들과의 이별, 매일 밤 마음이 젖었다.
가끔 업무차 내가 머물렀던 베이징의 골목길 한편 식당에서 밥 먹고 나설 때나,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올라 물끄러미 창밖을 볼 때나, 업무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러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오갈 때마다 가족이 떠오르며 향수병에 시달렸다.
“여보, 나한테 편지 한 장 보내줘요. 연애할 때 쓴 것처럼 종이에다가.”
향수병을 호소하는 나에게 어느 날 아내가 제안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편지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나는 A4 용지 한 장을 책상머리에 올려놓고 3일간이나 씨름했다. 오랜만의 종이 글씨 편지였고, 정성 들여 나의 마음을 담으려니 시간이 걸렸다. 편지를 쓰다 보니 이렇게 가끔 떨어져 사는 것도 좋은 점이 있다는 걸 슬슬 깨달았다.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편지도 써 보고, 그동안 "예, 아니요”로 간결하게 일관하던 무뚝뚝한 아들도 가끔 편지를 보내왔다.
아내와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느라 며칠, 편지를 보낸 뒤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또 며칠…. 그 기대감도 참 큰 행복이었고 그동안의 견디기 힘들었던 향수병도 잦아들었다. 게다가 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편지 속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되는 것이 아닌가. 중국에 있던 2년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병은 이 편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가정의 달 5월, 오늘도 살림하느라 지치고 힘든 아내에게 그리고 불쑥 커버린 아들, 딸에게 아버지 어머니로서 혹은 인생의 선배로서 꼭 전하고 싶은 생각이나, 평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비로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보자.
“여보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아들(딸)아, 아빠는 네가 보배다. 사랑한다”라고.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1년 6월 7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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