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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성남 최초 놀이공원 희망대공원, 그 주변에 형성되는 또 다른 새로움들

변함없는 쉼터와 변화하는 동네의 조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6/23 [23:2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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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광장에서 올려다본 공원 정상  02 능소화길, 여름이 짙어지면 주황빛으로 물들겠다.     ©비전성남

 

“첫사랑과 헤어지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 길을 내려갔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았죠.” 희망대공원으로 가는 언덕길에서 동행한 기자의 추억을 들었다. 앞에 있는 공원 계단과 뒤의 내리막길을 보니 정말 한참을 울며 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희망대공원 입구 계단     ©비전성남

 

▲ 공원길에서 그늘과 친정엄마바람을 누리는 사람들     ©비전성남

 

▲ 금계국과 흰나비     ©비전성남

 

희망대공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세이브존과 법조단지, 근린공원, 성남역사박물관이 지어지고 있는 공사장 사잇길을 택해 공원에 올랐다.

 

‘오른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공원입구 담장이 담쟁이와 능소화 덩굴로 덮여 있었다. 여름이 짙어지면 능소화 꽃으로 주황 물이 들겠다.

 

희망대공원 입구까지의 오르막길, 그리고 희망대(팔각정)로 이어지는 계단, 계단, 그리고 또 계단….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만 임금님을 알현할 수 있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자칫 희망대가 임금님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중간, 층계참 양쪽으로 산책길이 나 있다. 그늘이다. 그늘에서 놀고 있는 바람을 만났다. 친정엄마 바람이다. 힘들게 걷다가 만나는 바람을 누군가는 ‘친정엄마 바람’이라고 했다. 힘듦이 싹 풀리는 시원한 바람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원형 트랙을 돌 듯 공원을 빙빙 돌며 걷는 사람들,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일 낮 시간인데 사람이 제법 많다. 도로와 주택으로 꽉 찬 땅에 잠시라도 쉼을 누릴 수 있는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성남 첫 놀이동산이 있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와서 다람쥐통이랑 미니열차도 태워주고,귀신집에 들어가서 즐기던 그 소오름, 그땐 그게 얼마나 무서웠던지…. 팔각정 아래에서는 번데기랑 고둥(고동), 비둘기 모이도 팔았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에게만 남아 있는 시간, 그리고 놀이공원이다. 1970년대 신흥동에 조성된 희망대공원은 ‘새롭게 부흥하여라, 날마다 새롭게 발전하여라’는 희망을 담아 도심 중앙에 ‘희망대’라는 팔각정을 세웠고 그 주변은 놀이공원으로 활용했다.

 

성남의 유일한 공원으로 인근 초등학교의 소풍 장소였다고 한다. 1983년 공원 내에 경기도립도서관(현 경기성남교육도서관)이 생겼다. 공연장, 분수대, 놀이터가 있는 지금의 모습은 1990년대 들어서 갖춰지기 시작했다. 어린이 물놀이장도 생겼다.

 

▲ 공원 정상에 있는 희망대   ©비전성남

 

공원 제일 높은 곳 중앙에 팔각정을 두고 공원 아래로는 수정청소년수련관, 희망대초등학교, 세이브존 등이 문어 다리처럼 연결돼 있다. 머지않아 법조단지, 근린공원, 역사박물관이 완공되고, 그곳과 보행 육교로 연결된 공원은 이용하기에 더 편리해질 것이다. 또다시 성남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팔각정에 오르니 온 성남 시내가 다 보인다. 그중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재개발 공사현장이다. 공원을 빙 둘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공원은 물론 희망대 팔각정은 워낙 높은 곳에 있어선지 공사현장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성남의 오래된 어른 공원이라서 공사장의 소음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걸까. 그저 묵묵히 서서 세월의 흐름을, 그 변화를 지켜보는 듯하다. 새롭게 부흥하며 날마다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아주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