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시원한 물줄기가 그립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이야기 나누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계곡을 찾아 상대원동 사기막골 공원으로 향했다.
51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성남시내버스(주)차고지엔 51번 외에도 340번, 33번, 88-1번 등 여러버스가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잠깐 걸으니 사기막골공원이다. 오랜만의 방문이다.
사기막골 공원은 마음을 쉬고 싶을 때 떠올리는 곳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구름, 정자와 계곡,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이내 마음이 평화롭고 시원해진다.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계곡물이 제법 많다. 물 흐르는 소리, 물 냄새와 함께 숲 냄새가 느껴졌다. 계단을 올라 제일 높은 정자로 향했다. 저 아래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잘 지어진 정승 집 양반님네 같다.
사기막골은 사기그릇을 굽던 동네라 사기막골이라 이름 지어진 곳이다. 그곳을 재현한 가마도 보인다. 예전같이 장작을 때는 가마는 아니지만 실제 그릇을 구울 수 있는 곳이다.
기와지붕 안에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도자기체험장을 다시 운영한다니 반갑기만 하다. 흙을 빚으며 넓은 창으로 사기막골 공원과 주변 풍경을 보고 있으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 나누는 주민들이 보였다. 그 이야기 속에 섞여보았다. 흐르는 물소리와 섞여지는 대화는 목소리 톤이 세 옥타브쯤 깡~충 뛰어 올라갔다.
“휴식하기에 이만한 데가 없어요. 이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자녀들이 이제 50이 다 됐어요. 옛날엔 저 가마터 재현장에 야외 수영장이 있었어요.”
물이 많은 곳이라더니 그래서 수영장도 있었나보다. 지금은 공원의 어디에도 수영장의 흔적은 없다. 땅은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계곡을 따라 대원사 방향으로 올랐다. 오른쪽에서 흐르는 계곡에서 줄기찬 물소리로 말을 거는 것 같다.
“계곡물에 발 좀 담그고 좀 쉬었다가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자연이 건네는 말을 사람 식으로 이해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와우~!! 더위가 싹 다 날아간다. 수박 한 덩이 물에 담가 뒀다가 잘라먹으며 시간을 즐기는 여름풍경이 그려졌다. 멀리 강원도 어디, 유명한 계곡도 더 멀리 외국 어디도 부럽지 않은 곳이 여기다 싶다.
싸 들고 간 수박이 없으니 그냥 내려올 수밖에 없음이 아쉽다. 공원길을 내려와 점심 한 끼 해결할 만한 식당을 찾았다. 길가에 몇 곳 맛집이 보인다.
점심시간이면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지만, 주변에 회사가 많아 회사 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일반인도 많다. 주변에 있는 빌딩 한 곳을 콕 찍어 그곳 구내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외부인 환영’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발걸음이 씩씩해졌다. 식판에 적당량을 담았는데도 반찬의 가짓수가 식판 위를 차고 넘친다. 주변을 둘러보니 빵을 구워 먹을 수도, 달걀프라이를 해 먹을 수도,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있는 인심 후한 푸짐한 한 상이 가능한 곳이다.
도시의 저 안쪽에 자리 잡은 사기막골 동네는 여유가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구름이 끼면 낀 대로 제멋을 낸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해 준다. 정자에 앉아 느린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평화로움에 자울자울 졸며 지는 해를 맞이하는, 그런 풍경의 하루가 그려지는 곳이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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