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역 중장년 작가들을 소개하는 성남문화재단의 ‘2022 성남중진 작가전’ 두 번째 전시, 유미영 작가의 <잇고 또 잇고>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정갈하고 편안한 초록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이들도 좋아할 듯한 동화 같은 그림체와 뜨개질이란 친숙한 소재의 작품들에 문득 무언가 아련한 그리움이 스치는 것도 같다.
유미영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찍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오마주한다.
“손재주가 아주 뛰어나셨어요. 어릴 때부터 옷을 많이 떠 주셨지요. 그때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가 자랐던 고향을 떠나고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항상 뜨개질을 하고 계시던 그 모습이 생각나곤 해요. 행복하기 위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유 작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기억해 느껴지는 행복을 공유함으로서 남에게는 회고의 기회를 주고, 자신은 그들의 기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어릴 적 어머니가 떠주었던 윗도리와 바지를 그린 초기작부터, 서로 속닥이듯 앙증맞게 널려있는 빨래들, 작가가 살던 마을 풍경, 그리고 6개월 넘게 걸려 완성된 작가의 어린 시절 시골집 등의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독특하고 입체적인 작가의 작품은 마치 실제 뜨개옷을 옮겨 놓은 것처럼 포근함과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작가에 있어서 실은 하나의 시작점이다. 실 한 가닥은 어느새 실타래가 된다. 한 코 한 코 계속되는 뜨개 과정은 인생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잇고 또 이어지는 바늘이 이끄는 실타래의 동작성은 무한한 삶의 함축으로 축적과 흐름, 상처의 봉합, 세상과의 공존을 엮어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작품들은 새로움과 변화를 위한 유미영 작가의 치열한 탐색과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와 막막함이 닥쳐왔을 때, 작가에게는 새로운 소재였던 한지를 작품에 접목하고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작가에게 작품들을 준비하던 5년은 한 코 한 코가 모여 떠진 한 벌의 옷처럼 작가를 성장시킨 확장과 축적의 기간이기도 했다.
작품을 위한 작가의 이러한 준비 과정들은 미술관의 2층에 전시되어 있다. 손뜨개를 하고 한지를 결결이 찢은 뒤 젯소를 섞어 한지 반죽을 만드는 등,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은 이번 전시를 더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여유 있게 작품을 즐긴다. 가까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좀 떨어져서 바라보기도 한다. 작품에 쓰인 재료가 무엇인지 궁금해 묻기도 한다. 도슨트가 작품에 대해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전시된 작품들에는 제목이 따로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이게 무얼까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부터 나이가 지긋한 장년층까지 모두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아이의 방학 숙제를 위해 경기 광주에서 왔다는 전순화 씨는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옷을 떠 주시곤 하셨어요. 그림에서 따뜻하고 포근했던 그때 그 느낌이 전해져요”라고 말했다.
잊고 있었던 소중한 그리움과 행복, 그를 통해 세상을 향한 소통을 한 발 더 내딛게 할 작은 공간이 되어 줄 이번 전시회는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전시기간: 8. 5.~9. 25. 개관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31)783–8142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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