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남문화재단이 준비한 ‘2022년 성남문화예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의 하나인 김진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감독의 강연이 지난 8월 20일(토) 오후 2시 성남아트센터 미디어홀 3층에서 열렸다.
다양한 장르의 저명한 아티스트와 만남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된 두 번째 강연이다.
김진만 감독은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시각디자인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스튜디오 후무후무(Studio Humuhumu)’ 대표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학창 시절 만든 <볼록이 이야기>(2003), <소이연>(2007), <그 믈>(2009)을 시작으로, <오목어>(2013), <구어구워>(2014), <춤추는 개구리>(2018), <저주소년>(2022) 등의 작품으로 아시아국제단편영화제 대상,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영화제 대상, 테헤란 국제애니메이션축제 금상 등을 수상하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에서 세계적 장인으로 인정받으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한 달에 한 편씩 공개하는 <먼지요정 후와 무>(2021)를 시리즈물로 제작 중이며, 30분 정도 되는 중편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그의 단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4작품, <오목어>, <춤추는 개구리>, <저주소년>, <먼지요정 후와 무>를 중심으로 그의 경험과 생각을 참석자들과 나눴다.
김진만 감독은 조소과 학생 시절부터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키네틱 아트(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포함하는 예술작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정지한 물체를 조금씩 움직여 한 프레임씩 촬영 후 영상을 만드는 스톱모션 기법에 관심이 간 이유다.
1초에 12~24장정도 들어가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작업 시간을 요한다.
외국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1초에 24장이 들어가지만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하는 김 감독의 경우는 1초에 15장 정도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하루종일 작업하면 100장 정도를 찍을 수 있다고 하니 하루에 겨우 6~7초 정도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오목어>는 10분이 조금 안 되는 단편이지만 국내 교과서와 교재들에 실렸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소개가 많이 될 정도로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1,400인분 국수를 사용했는데 누들이라는 재료적 특성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수분에 약해 오랜 시간 느리게 작업하다 보면 누들 스크린이 변형되고, 물 밖 파도 표현을 위해 자체적으로 국수들을 붙일 접착제를 직접 만들어야 했으며, 특히 오목어가 물 밖으로 나와 해체될 때 국수가닥들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벌어지게 하는 기술적 어려움 등이 있었다고 한다.
물 밖 세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목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애니메이션이지만 오목어와 다른 물고기들의 대화는 꽤 심오하다.
김진만 감독이 20대 때부터 많은 불교서적, 철학서, 과학과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해탈을 꿈꾸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대화들이다.
물 밖으로 나온 오목어가 만나는 건 결국 자신의 창조자, 즉 김진만 감독이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스스로가 창조자인 신과 같이 느껴질 때가 있고 동시에 물과 밖의 경계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게 되는 오목어가 지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단편들에서도 김 감독의 독창적인 기법을 통한 작품 완성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올챙이를 구하려던 청개구리가 다른 개구리들의 운명선이 얽힌 가상세계와 숲속 현실세계를 오가며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의 의지로 운명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춤추는 개구리>는 개구리 다큐멘터리에서 본 배고픈 올챙이를 돕는 개구리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3D 조트로프(연속적인 그림을 원통 안에 설치하고 원통을 빠르게 회전시켜 그림이 움직이는 듯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기법)를 이용했고 파인만의 시공도식에서 영감을 받아 개구리들의 얽히고설킨 운명적 만남을 이미지화했다.
300여 마리의 실리콘 개구리를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리콘을 다 사용해본 후 가장 독성이 없고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실리콘을 찾아냈고, 개구리 뼈대도 대부분 직접 만들었으며, 카메라 동작 컨트롤도 자체 제작했다.
물고기, 개구리 등을 다룬 이전 작품과 달리 <저주소년>은 사람이 주인공이다.
2022년 작품으로 ‘팜스프링스 국제 단편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김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로,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펠트를 소재로 사용했고, 김 감독의 아내 천지영 씨가 의상제작을 담당했다.
40·50대의 힐링을 위해,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구상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시리즈 <모래요정 후와 무>(2021)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김진만 감독과 참석자들의 대화가 있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대화를 통해, “작품의 영감은 책, 도서관, 전시, 여행을 통해 얻으며 이와 더불어 수많은 자체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경험을 쌓고 짧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설명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야기나 이미지에 중점을 둔다. 이야기를 잘 표현할 독특한 재료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두 시간에 걸친 김진만 작가와의 만남은 예술창작자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인지 조금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로벌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만의 창작을 꿈꾸는 또 다른 예술인들에게 이번 특강이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성남지역예술인을 대상으로 기본실무 역량과 예술창작 능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특강은 ▲ 기획능력 향상 과정 ▲ 전문성 강화 과정 ▲ 창작능력 강화 과정 중 ‘창작능력 강화 과정’의 하나로 8월 16일 현대미술가 강준영 작가의 특강에 이은 두 번째 특강이다.
다음 특강은 8월 23일(화) 천만 영화 음악감독 한재권의 강연으로 진행된다.
문의: 성남문화재단 예술인지원팀 031-783-8124 김진만 감독 유튜브 채널:https://youtube.com/user/saadik1975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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