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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초침, 분침, 시침 따라 지난 시간을 돌아보다

[추억을 소환하다] 시간을 조립하는 미리내시계(상대원2동) 김두철 사장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9/01 [16: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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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내시계 내부와 김두철 사장

▲ 각각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시계들

 

째깍째깍, 똑딱똑딱 초침 움직이는 소리. 드르륵드르륵 태엽 감는 소리. 종소리가 울리기 전 짧은 사이 잠깐의 정적 뒤에 들리는 괘종소리. 깊은 밤 어둠을 흔들며 30분에 한 번씩 울리던 종소리, 시계에서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작은 손목시계의 태엽을 감고 시계가 잘 가는지 귀에 대고 째깍이는 소리를 확인했다. 문이 열리며 뻐꾸기가 나와 시각만큼 노래를 부르던 뻐꾸기시계까지. 과거의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먼저 소리로 알렸다. 그리고 눈에 담겼다. 요즘 시계는 소리 없이 움직인다.

 

▲ 시계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김두철 사장

 

오리엔트 시계에서 40년 동안 시계 조립 업무를 담당하던 김두철 사장은 시계생산 산업이 하향기에 접어들고, 시계생산 업무 중단과 함께 퇴사를 맞이했다.

 

김두철 사장이 제일 오래 해왔고, 가장 자신 있는 일은 시계를 다루는 것이었다. ‘미리내시계란 이름을 달고 시계 조립 및 수리 업종에 나섰다. 김 사장의 기억 속 시계를 따라 그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봤다.

 

▲ 걸려 있는 벽시계 아래 시계를 수리할 수 있는 도구와 공간

 

▲ 시계를 수리하고 있는 김두철 사장

 

금도금 된 금빛 노란 시계는 결혼예물 시계의 기본 모델이었다. 지금은 시계가 결혼예물 개념에서 빠졌다지만 금색으로 도금된 시계는 대부분 비쌌다. 순금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해야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었다.

 

김 사장의 이야기 속에 오리엔트, 갤럭시, 돌체, 카파, 로만손 등 귀에 익숙한 이름이 들어 있다. 기억의 저 너머, 잊히기 직전이었던 이름들이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 새롭다.

 

▲ 진열된 손목시계

 

▲ 진열된 시계

 

80년대 초 유행했던 전자시계가 기억난다. “긴 바늘은 분침, 짧은 바늘은 시침이야 긴 바늘이 한 바퀴 돌면.” 어린 자녀에게 시간 보는 방법 가르치기는 꽤 어려운 부모들의 숙제였다.

 

숫자로 바로 시각을 알려 주던 전자시계는 참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전자시계의 유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젠 입대하는 청년들이 주로 찾는 시계가 됐다.

 

90년대 초엔 시간마다 문을 열고 나타나서 신기하게도 뻐꾹 뻐꾹, 시각의 수만큼 울어대던 뻐꾸기시계가 유행했다. 하지만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로 뻐꾸기를 울게 하던 건전지를 빼놓는 집이 많아진다 싶더니 이내 눈에서 사라졌다.

 

▲ 판매를 위해 진열해 놓은 탁상용 시계

 

그리고 부엉이 시계가 나타났다. 부엉부엉 울지 않아 시끄럽지도 않고 액운까지 막아 준다는 의미가 있어 요즘 개업 선물로 많이 쓰인다.

 

시계의 디자인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그와 달리 재질은 달라졌다. 금도금에서 플라스틱, 텅스텐 그리고 지금은 스테인리스스틸이 주를 이룬다.

 

태엽 꼭지(크라운)를 돌려 태엽을 감아야 움직이는 시계, 손목에 차고 다니면 태양열로 충전되는 시계, 배터리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시계까지 변화가 있지만, 시계의 기능에 따라 마니아층이 나뉜다.

 

▲ 미리내시계

 

▲ 미리내시계 외관

 

“1990년대를 생각해 보세요. 금보다 시계가 비쌌죠. 지금은 금값보다 시계가 쌉니다. 시계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틈새 품목으로 귀금속을 들여놨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죠. 고장 난 시계를 고쳐 쓰는 것보다 새로 구매하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시계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시계는 필요하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흐릿한 전등 아래서 벽시계의 태엽을 감던 기억, 12시에는 12번을 끝까지 울리던 괘종시계, 입학선물로 받은 손목시계. 시계란 한 가지 사물이 먼 시간의 풍경을 길어 올렸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