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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그림자극, BE(비)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1주년.. 성남을 이야기하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9/23 [21:1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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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일 저녁 분당 정자청소년수련관 공연장에서 도시 그림자극, BE()가 무대에 올려졌다.


사단법인 성남민예총(회장 김성수)이 주최하고 예술마당 시우터의 협력으로 성남시가 후원한 이번 공연은 8·10 성남(광주대단지) 민권운동 51주년을 맞이한 성남시민들에게 성남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하고자 그림자극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한다.

 

▲ 도시그림자극, BE(비) 포스터

 

▲ 테이프를 이용해 땅면적을 표시하고 있는 객석과 무대에서 등장한 배우들

 

오늘은 불이 잘 들어와 있네.” 객석에서 한 남자가 무대를 향해 걸어 나가고, 무대에서 얼른 오라고 손짓해 부른다. 그렇게 세 남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풍납동 광나루 다리 아래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철길 가에서, 서부이촌동 등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던 그들은 51년 전 810일 같은 곳에서 사건을 겪게 되면서 노인들이 전하는 도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 광주대단지사건이 일어나던 날을 이야기하는 박병건, 최우담, 원종하 배우(왼쪽부터)

 

▲ 이제는 나이들어 51년 전의 성남을 이야기하는 배우들

 

“1971810일 비, 서울에서 시장이 온다고 했어. 성호시장 앞 교회에 가는 길이었어. 시장이 복정동까지 왔다가 돌아갔대. 화를 안 낸 사람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복개공사가 안 됐을 때였어. 네 시간을 기다려도 안 오니까 마음먹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폭발했어. 나는 부수지는 않았지만

나는 다했어요. 감옥에 가게 되고

 

▲ 약진, 광주대단지 구호를 건 현장

 

풍납동에는 물난리가 나고 그 동네를 떠나 제2의 서울이 생긴다고 해서 오게 됐다는 이야기, 갑자기 날아든 통지서는 사람들을 화나게 했고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는 광주대단지사건은 오늘의 성남을 있게 한 역사의 진한 이야기로 남겨졌다.

 

▲ 강도(모자란 강도)가 권 씨임을 아는 오 선생

 

▲ 권 씨의 동태를 살피는 이순경, 강도로 돌변한 권 씨, 주인집 오 선생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각색한 '모자란 강도'의 이야기 그림자극

 

▲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원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소설 속 권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다 광주대단지사건에 휘말려 전과자가 된 후 일용직으로 살아가게 되면서 생활고를 겪게 된다.

 

아내의 출산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술비를 대준 것을 모른 채 주인집 오 선생 집에 강도로 들어가게 되는데 강도의 어설픈 장면이 마냥 슬프기까지 하다.

 

▲ 통지문

 

▲ 통지문

 

▲ 서울시장을 기다리던 화가 난 광주대단지 이주민들의 궐기

 

도시 그림자극 BE()’51년 전 광주대단지사건을 겪은 분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색한 연극과 광주대단지사건(각색 연출 박종욱)을 다룬 최초의 문학작품(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인 윤흥길 작가의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그림자극(각색 이정민)으로 각색한 옴니버스방식의 공연으로 성남시민의 강한 DNA, 존재감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 도시 그림자극, BE(비)

 

▲ 51년 전의 성남을 되돌아보다

 

김성수(성남민예총) 회장은 “50주년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획공연을 준비하게 됐는데 당시 사건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와 대중적인 소설을 통해 그때와 지금, 성남이라는 도시에서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본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 잊히지 않는 기억

 

특히 광주대단지 사건을 그림자극으로 선보인 최초의 시도로서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처음 관객 앞에 서게 된 그림자극이 전해주는 또 다른 광주대단지 이야기는 세 명의 노인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와 그림자극을 통해 한결 따뜻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한 관객은 신문물을 본 것 같았어요. 주고받는 이야기, 그림자에 배경화면과 음악까지, 그림자극으로 처음 보는 공연이 너무 좋았어요. 성남의 역사를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본 것 같아요라며 공연장을 나섰다.


▲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배우들

 

▲ 도시그림자극, BE(비) 공연을 마친 배우들

 

이번 도시 그림자극을 제작한 극단 은 사랑과 꿈이 있는 연극을 모토로 1982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그림자극 극단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의 기대도 크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