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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흔적을 담은 딱지본 대중소설을 만나요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야기책 딱지본 특별전' 개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11/10 [15:0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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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요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에서 이야기책 딱지본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이 열렸다.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신식 활판 인쇄기가 도입되면서 폭넓은 독자층과 다량의 판매부수를 자랑했던 짧은 소설책이다.

 

울긋불긋한 표지에 사호활자로 인쇄한 100쪽 내외의 딱지본 책표지 그림은 작품의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장면을 채색 그림으로 표현했다. 눈에 확 띄는 표지가 특징인 딱지본은 그 책의 표지가 아이들 놀이에 쓰이는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인쇄돼 있는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 딱지본 소설들

 

전시에는 춘향전, 홍길동전, 이해조의 신소설 구마검 등 한국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딱지본 46점과 완판본문화관이 소장하고 방각본, 필사본 등 14, 60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주의 완판본문화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이번 전시의 첫머리는 완판본문화관에 소장된 목판을 비롯해 필사본과 방각본을 선보인다.

 

근현대사의 흔적을 담고 있는 딱지본 대중소설은 조선 후기 방각본과 성격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에서 제작된 경판본(왼쪽)과 전주에서 만들어진 완판본(오른쪽): 경판본은 종이가 얇고 저렴하게 대량판매를 겨냥해 제작됐고 완판본은 두툼한 종이에 정갈하고 세련된 글씨가 특징이다.

 

조선시대엔 책을 정부에서만 발행했고 조선시대의 국문 소설들이 대체로 필사본(筆寫本)으로 전하던 중 19세기 후기에 한글소설의 필사본을 각수들이 목판으로 새겨 제작한 방각본이 방각업자들에 의해 판매되면서 방각본 소설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방각업자들은 안성, 서울, 전주, 대구에서 활발하게 방각본을 제작했는데 전주에서 만들어진 방각본을 완판본이라 하고 서울에서 만들어진 방각본을 경판본이라 불렀다.

 

▲ 조선시대 도서대여점인 세책점의 모습

 

이 당시 방각본 소설들은 조선시대 도서대여점인 세책점을 통해 책값의 10분의 1에 대여됐는데 언문을 깨친 처녀, 색시와 아낙네들과 서민들이 앞다투어가며 돈을 주고 책을 대여해갔다,

 

이렇게 대여된 책들에는 한 권의 책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수익을 올리려는 세책점의 주인을 비난하는 악성댓글도 있고 다양한 낙서들도 등장했다. 이 중에는 낙서한 사람을 향한 욕설도 있어 요즘 말로 댓글 릴레이, 즉 연속으로 리플을 다는 모습이었다.


▲ 이야기꾼 전기수와 청중들의 모습

 

방각본 대중소설은 당대 독자들이 원하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다뤘다. 옛사람들의 삶 속에서 공감을 넘어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베스트셀러의 인기로 세책점의 성행뿐만 아니라 낭독 전문가인 전기수를 탄생시켰다.

 

전기수는 지식전달자이자 예능인이었다. 전기수는 극적인 장면에선 이야기에 흠뻑 빠진 청중들이 전기수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지불할 때까지 이야기를 멈춰 사람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이를 요전법(要錢法)이라 불렀다.

 

이번 전시에선 이 시기 여장을 한 채 사대부가를 드나들며 인기를 누렸던 전기수 이야기도 소개됐다.

 

방각본에 이어 신식 활판 인쇄기 도입으로 탄생한 딱지본 소설은 민간출판업자들에게 박리다매 상품이었다.

 

 

 

당시 흥미로운 현상은 딱지본 신소설이 유행한 뒤 고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며 신소설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출판사들이 일제의 검열로 신소설 출판이 어려워지자 후속으로 고소설에 눈을 돌린 결과였다.


▲ 조선식 아르누보로 평가받는 이해조의 자유종 딱지본.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유럽과 미국과 남미 등지에서 유행한 것으로 덩굴무늬, 철제사슬, 섬세한 꽃무늬 등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전시실에선 이해조가 춘향전을 개작한 옥중화와 자유종, 철세계를 포함해 이인직의 혈의누 등의 딱지본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철세계는 쥘베른의 소설을 번역한 최초의 과학소설이다.

 

1910년대 딱지본 소설책 표지는 전통회화 문법을 가져와 이야기 공간을 표지 전면에 제시했는데 자유종은 조선식 아르누보라 평가되는 서양식 딱지본 표지디자인으로 유명하다.

 

▲ 1909년 일본이 제정한 출판법으로 검열이 심해지면서 금서가 된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1909년 일본에 의해 출판법이 제정됐고 출판물에 대한 검열이 실시되면서 금서가 된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딱지본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계몽주의나 자주독립을 내용으로 하는 다양한 출판물들이 금지되면서 1920년대엔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 주류로 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1920년대 딱지본 소설들을 통해 사랑에 울고 웃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그들의 고난했던 삶과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 여성들이 등장하는 1920년대 딱지본 이야기책

 

이 시기 한복을 입은 여성들과 양복을 입은 남성들의 모습이 딱지본 표지에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남성의 우월성을 표현하고 있다.

 

'딱지본 소설은 기득권층이 독점하던 책을, 소외됐던 부녀자들과 서민들로 독자층을 확대한 데 의의가 있다.

 

1230()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필사본에서 방각본으로, 방각본에서 딱지본으로 변모한 이야기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며 당시의 독서열풍을 느껴보고 오늘에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전시 기본 소개 >

 

 

 

전시기간: 2022. 11. 1.()~2022. 12. 30.()/ 2개월

관람시간: 평일 오전 9~오후 5

전시장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 1층 로비

세부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23(운중동)

관 람 료: 무료(사전 관람예약 미진행)

  방문 시 신분증 지참

 

전시문의: 031-779-2729(한국학중앙앙연구원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