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녹색의 싱그러운 잎이 그리워지는 추운 겨울에 붉디붉은 꽃봉오리에 황금빛 수술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꽃의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가 있다.
바로 동백나무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 상록활엽수라 겨울철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앙상할 때조차도 번들거리는 녹색 잎을 매달고 있다.
동백나무는 보기 드문 조매화로 동박새가 꽃가루를 날라준다, 꽃향기가 없지만 꽃의 강력한 색으로 동박새가 찾는다. 예로부터 동백나무는 '버릴 게 없는 나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동백나무 열매에서 짠 기름은 우리 조상들의 머릿결 손질에 쓰였다.
동백기름은 천식에도 효능이 있어 조상들은 한 숟가락씩 동백기름을 먹어 천식을 치료했다. 게다가 잘 마르지도, 잘 듣지도 않아 기계가 녹스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바닷바람이 강한 지역에선 방품림으로도 한 몫 했다.
동백나무는 방화수에 속하기도 한다. 사철 푸른 잎을 가진 동백나무는 불이 붙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보글보글 거품을 만들어 놓는다. 마치 거품형 소화기처럼 표면을 덮어서 차단막을 만드는 셈이니 불에 잘 타지 않는 것이다. 보물 등 23점의 문화재를 간직한 사찰인 해남 대흥사 외곽으로 동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는 것도 이런 방화수로서의 동백나무를 조상들이 잘 활용한 예다.
꽃은 염료로, 잎은 녹차 대용으로도 쓰인다고 하니 겨울 숲속 팔방미인이자 붉은 보물이다.
통꽃인 동백꽃은 한 송이가 통째로 떨어지고 상록수이다 보니 우리 조상들은 동백나무를 선비의 지조와절개를 상징하고 나쁜 기운을 막아줘 신성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吉祥)의 나무로 여겼다.
동백꽃이 악의 기운을 없애 준다고 믿은 프랑스 사람 중 명품 샤넬의 창업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특히 흰 동백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샤넬의 마크인 대칭을 이룬 C자 로고가 샤넬과 카멜리아의 이니셜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하니 외국에서도 사랑받은 동백꽃의 면모가 느껴진다.
신구대식물원 온실엔 1월 동백꽃이 활짝 펴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귀한 흰 동백꽃도 볼 수 있다.움츠려 있기 쉬운 겨울이지만 동백꽃을 감상하며 나쁜 기운도 물리치고 새해를 맞아 좋은 일을 기원해보는 것도 좋겠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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