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끼의 해다. 토끼는 귀엽고 순해서 사람들 삶 속에 깊이 들어와서 사랑을 받는다. 사람들은 자녀를 ‘토끼 같은 새끼’라 하고, 토끼를 그린 영모화(翎毛畵)부터 노리개와 장신구 등 토끼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계묘년(癸卯年)의 癸는 검은색이라 검은 토끼의 해이다. 12간지(干支)는 원래 동물과 관련 없이 시간과 공간의 단위였는데, 언젠가부터 동물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12동물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서 인도에서는 독사(毒蛇)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토끼(卯)는 방위로는 정동(正東)을 가리키고, 달은 음력 2월이며, 시간으로는 이른 아침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다. 동쪽은 해가 뜨는 방향이고, 2월은 농사가 시작되는 계절이며, 5시는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귀는 길어서 안테나처럼 쫑긋하고, 눈은 밝고, 입은 갈라졌다. 다른 동물과 달리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짧고, 털은 보송보송하며 작은 체구에 비해 동작은 민첩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끼의 몸 전체가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다. 토끼의 간(肝)은 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토끼의 간은 눈이 어두운 데 효험이 있다. 심지어 똥은 완월사(玩月砂)라 하는데 창병(瘡病)이나 치질 치료약이다.
쫑긋한 귀는 오래 살 수 있는 상이고, 소리를 잘 듣는다. 긴 뒷다리는 튼튼하여 사악한 기운에서 달아날 수 있으며, 윗입술이 갈라져 여음(女陰)을 상징하니 풍요와 다산(多産)을 상징하며, 흰털은 백옥같은 선녀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토끼의 상징 가운데 월중옥토(月中玉兎)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해 속에는 삼족오(三足烏)가 있고, 달 속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 옛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불심이 깊은 것을 자랑하러 하느님에게 갔는데 하느님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 여우는 잉어를 물고 왔고, 원숭이는 도토리를 주워 왔는데 토끼는 빈손이었다.
그리고 토끼는 장작불을 피우고 뛰어들며 내 고기가 익으면 드시라고 했다. 하느님이 토끼의 정성을 갸륵하게 생각해 중생들이 영원히 우러러보라고 달 속에 살게 해 주었다고 한다.
어두운 밤이지만 토끼는 눈이 밝기 때문에 불사약을 찧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복이 내리는 것은 토끼가 부지런히 약을 찧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약을 찧은 토끼는 낮에는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해가 질 무렵 다시 일어나 또 약을 찧기 시작한다.
토끼는 꾀가 많다. 바닷속 용궁까지 불려가서 죽을 뻔하지만, 간이 워낙 명약이라서 노리는 이들이 많아서 산속에 숨겨 두고 왔으니 뭍으로 다시 나가 가져오겠다며 탈출에 성공한다. 가장 존귀한 존재인 용왕이 가장 약한 미물인 토끼의 꾀에 넘어간 것이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집토끼는 굴을 잘 파는데, 위태로울 때를 미리 대비해 굴을 셋이나 뚫어 둔다.
옛날 중국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은 풍환(馮驩)의 조언을 따라서 여러 가지 상항에 대비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제나라의 벼슬을 하면서 화를 당하지 않았다.
계묘년 올해는 생육과 번성의 기운이 강하고 다산하는 기운을 따라 풍성하고 넉넉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먼 곳의 소리도 잘 듣는 기다란 귀,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는 눈처럼 좋은 정보를 잘 듣고 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긴 뒷다리로 오르막길을 잘 뛰어오르듯 소원을 향해 뛰어오르길 바란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자만심으로 가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계묘년을 기원한다.
서거정(徐居正)이 ‘듣건대 옥토끼가 장생약을 찧고 있다 하니, 그 약 좀 나눠주어 청춘을 머물게 해줬으면’이라고 한 것처럼 불로장생의 약을 나누는 심정으로 시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면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절이 끝나고 토끼털처럼 보드라운 시대가 될 것이다.
기고 윤종준 상임연구위원(성남문화원 부설 성남학연구소)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