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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엄마의 꿈/ “김 병장님, 잘 주무십시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1/26 [18:0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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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김세연 분당구 정자동

 

“엄마는 꿈이 뭐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묻는 10살 딸아이의 질문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잠시 망설였다.

 

“응, 엄마는 너만 할 때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 큰이모는 의사가 꿈이었거든. 이모는 의사, 엄마는 간호사가 돼서 함께 병원을 운영해 보자고 했었지.”

 

딸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옛날 꿈 말고! 지금 꿈이 뭐야?”

 

나는 머뭇머뭇 다시 답했다.

 

“지금은 가족들 건강하고, 우리 딸래미들 공부 잘하고 그런 거지, 뭐.”

 

딸아이는 실망한 듯 보였다.

 

“에이, 그런 거 말고. 엄마는 꿈 없어? 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도 하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고, 경찰관도 멋있을 것 같은데. 나한테는 매번 커서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서 엄마는 꿈이 없는 거야?”

 

딸의 연이은 질문 덕에 그제야 가만히 날 돌아보았다.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워킹맘인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고, 회사에 늦을까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을 씻겨 재우기 바쁜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작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잊고 산 지 오래라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신년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는데 딸 덕분에 중요한 계획을 하나 세웠다. 올해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 가족이나 직장 안에서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는 경험을 해보려 한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다음에 딸아이가 “엄마는 꿈이 뭐야?”라고 다시 물어봤을 때, 아이의 눈을 보며 신나게 내 꿈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김 병장님, 잘 주무십시오”

김동석 분당구 정자동

 

거의 1년 만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주 찾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산소에 올라가는 도중 문득 나의 군 생활 중 경험했던 일이 생각났다. 일과가 끝나고 잠들기 전, 나는 고참들에게 늘 이런 식으로 취침 인사를 했다. “김 병장님, 잘 주무십시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물론 거꾸로 내가 고참이 됐을 때는 그런 인사를 받기도 했지만…). 80년대 당시 군부대에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취침 인사까지는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나를 포함한 소위 졸병들은 참 열심히도 실천했다.

 

고참에게 사랑받기 위한 나의 생존 비결(?)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작문 솜씨가 별로였지만, 내무반 고참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대필한 일은 부지기수다. 유명한 연애시(戀愛詩)나 달콤한 유행가 가사도 정말 많이 애용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예전 아버지에게는 주무시기 전 “아버지, 잘 주무십시오”라는 인사를 드린 기억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 살고 있지만, 오늘따라 미안함과 죄송함이 사무치게 몰려온다.

 

누구의 곡인지 모르지만 ‘불효자는 웁니다’는 나 같은 사람들을 모질게 질책하는 노래리라.

 

이런 부끄러운 나의 과거를 혹시 자녀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산소를 내려왔다.

 

‘아버지, 그곳에선 잘 지내고 계시죠?’

 

함께 만드는 비전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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