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무들이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모든 걸 내어주지만 종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 자원식물로 가치가 높은 나무가 닥나무다. 닥나무의 껍질에는 인피섬유(靭皮纖維)라고 하는 질기고 튼튼한 실 모양의 세포가 가득 들어 있다.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오랜 시간과 수많은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 우리 조상들은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데 백번 손이 간다고 해 닥나무로 만들어진 종이를 백지라고도 불렀다.
늦가을에 나무줄기를 잘라 쪄 껍질을 벗겨내고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겉껍질을 제거해 하얀 속껍질을 얻어낸다.
다시 나무 재를 섞은 물에 속껍질을 넣어 삶은 후 이번에는 껍질을 두들겨 섬유조직을 잘게 분해한 후, ‘황촉규’라는 식물의 뿌리에서 나오는 끈적한 성분과 함께 물에 잘 섞어 발로 김을 뜨듯이 한 장씩 떠낸다.
물기가 빠지고 바싹 마른 종이를 두드려 펴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 장의 종이가 완성된다.
닥나무는 늘 공급이 달려 조선 초기에는 재료확보의 다변화를 위해 일본에서 삼지닥나무를 수입했다. 삼지닥나무의 인피섬유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으면서 질감은 닥나무를 능가해 고급종이의 원료가 됐다. 종명 ‘papyrifera’에는 종이란 뜻이 들어 있어 종이 만들기에 쓰이는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삼지닥나무는 나뭇가지가 3개씩 갈라지므로 얻은 이름이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둥글게 모여서 달리며 꽃자루가 밑으로 처진다. 보송보송 털이 가득한 노란 삼지닥나무 꽃은 정말 예쁘고 소담스럽다.
신구대식물원과 판교생태학습원에 삼지닥나무가 있다. 신구대식물원 온실의 삼지닥나무는 지난 2월 일찌감치 꽃이 피고 졌는데, 판교생태학습원 실외의 삼지닥나무는 3월 말부터 4월 초에 걸쳐 노란 꽃을 피워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봄나들이 삼아 판교생태학습원을 방문한다면 삼지닥나무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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