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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내 기억 속의 남한산성에게! / 한 지붕 두 가족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3/24 [17: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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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남한산성에게!

전주용 중원구 금광1동

 

“산성리 이장님 집에 가요” 혹은 “검복리 용철이네, 불당리 철남이네 가요.”

 

매표소 안 매표원을 향해 통행료를 내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산성 너머 산성리, 불당리, 검복리, 오전리 등 알고 있는 마을 이름 하나에 순간적으로 작명한 이름 하나를 붙여 말하는 건 ‘입장료 무료’를 얻어내기 위한 수법이었다.

 

남한산성길, 기와지붕을 얹고 있던 매표소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성곽의 4대문에 하나가 더해져 5대문이 된 것처럼 남한산성 입구를 지키며 입장료를 징수했다. 매표원의 눈은 매와 같았다. 자동차가 들어오면 창문을 열게 하고 사람 수를 헤아렸다. 자동차 입장료와 사람 수대로 계산된 금액이 징수됐다. 단순 통과 차량은 남한산성 너머 광주 방향 매표소에서 환불해주는 규정도 있었으나 이후엔 산성 내 음식점을 이용한 후 영수증을 첨부하면 환불하는 규정이 생기기도 했다.

 

매표소를 통과한 차량은 성곽의 지화문(남문)을 그대로 통과했다. 세계문화유산 지화문, 그 좁은 통로로 자동차들이 다녔다. 통로가 좁아 양방향 동시통행은 불가능했고 한 방향씩 차례차례 통과했다. 승객을 태운 35인승 마이크로버스가 지화문을 덜컹거리며 지나가던 모습이 아슬아슬한 표정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또 다른 기억에 남아있는 남한산성은 ‘산에서는 흡연 금지·취사 금지’란 말이 통하지 않던 시절의 풍경이랄까. 산성 입구(산성공원)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게 좌판 행상들이었다. 휴대용 버너 위에선 파전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도토리묵이 버무려졌다. 약수터 바로 옆이나 계곡에서 가까운 자리가 파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 들이키기엔 딱 좋은 명당이었다. 돌이켜 보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수작을 눈감아 주던 매표소 매표원에게도,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을 견뎌냈을 지화문에게도, 위험을 무릅쓰고 그래도 품어준 자연에게도 참 미안한 행동들이었다. ‘남한산성’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한 지붕 두 가족

장혜진 분당구 야탑동

 

지난해 12월, 서양란 화분 두 개를 선물로 받았다. 두 화분 다 꽃이 크고 화려했다. 하나는 연보라 꽃이, 다른 하나는 연노랑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연보라 꽃은 향이 거의 나지 않았고 연노랑 꽃은 희미하게 향이 났다. 볕이 잘 드는 거실 창문 쪽에 화분을 놓아 두고 겨우내 즐겼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도 창문 가득 들어오는 햇살로 따뜻한 거실에서 무리지어 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식탁에서 밥 먹을 때나 소파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바라보면서 실컷 눈 호사를 누렸다.

 

두 달이면 꽃이 다 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가서 지금까지 피어 있다. 그러던 2월의 어느 날, 연보라 꽃 화분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무성한 난 잎들 사이에서 줄기 하나가 쑥 올라왔다. ‘이게 뭐지?’ 하고 봤더니 줄기 끝에 작고 몽실몽실한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며칠 지나자 엄지손톱만 한 연보라 꽃이 피어났다. 꽃은 활짝 펴서 하루나 이틀 만에 저버렸다. 현재는 줄기가 더 많이 뻗어 나와서 언제라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연보라 난을 보고 있노라면 한 지붕 두 가족이 떠오른다. 한 화분에서 크고 탐스럽고 오래가는 꽃과 작고 금세 시드는 꽃이 동거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지금처럼 앞으로도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며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땐 그랬지!성남 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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