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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슬픈 전설을 품은 5월의 꽃, 찔레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4/27 [12:2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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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은은한 향 가득한 하얀 꽃을 피우는 찔레나무는 가시에 자꾸만 찔린다고 해 ‘찔레’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년 5월쯤 전국의 산과 들의 기슭과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찔레(학명: Rosa multiflora)는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이다.

 

다양한 품종의 장미를 개발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은 야생장미인데 이 야생장미에 속하는 것이 찔레라 찔레나무는 장미를 낳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찔레꽃이 피는 시기는 모내기가 한창일 때여서 이 시기 찾아오는 가뭄을 농부들은 찔레꽃가뭄이라고 불렀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연한 찔레순을 꺾어서 껍질을 벗겨 먹곤 했다.

 

찔레꽃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 온다. 원나라의 간섭을 심하게 받던 시기, 고려에는 조공과 함께 예쁜 처녀들을 원나라에 바쳐야 하는 공녀제도가 있었다. 낯선 원나라에 아무도 가려 하지 않자 조정에서는 관원들을 시켜 원나라에 보낼 처녀들을 강제로 뽑았고 이 처녀들을 공녀라고 했다.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찔레와 달래 두 자매가 있었는데, 찔레가 다른 공녀들과 함께 원나라에 끌려가게 됐다. 찔레는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원나라 생활을 이어 갔지만 고향에 두고 온 동생 달래와 아버지 생각에 향수병을 앓아 끝내 몸져눕고 말았다. 결국 찔레는 맘 좋은 주인 덕에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찔레가 원나라로 끌려간 뒤 아버지는 감나무에 목을 매 돌아가셨고 달래도 그만 정신을 잃고 집을 나가 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날부터 찔레는 산과 들을 헤매며 달래를 찾아다녔고, 추위와 배고픔으로 탈진한 찔레는 산속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듬해 봄날, 찔레가 죽은 자리에 새싹이 돋아 나무가 자라났다. 그 나무에선 찔레의 고운 마음을 닮은 곱디고운 하얀 꽃이 폈고, 가을엔 찔레의 서러운 마음을 닮은 빨간 열매가 맺혔다. 사람들은 찔레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이 꽃을 ‘찔레꽃’이라 불렀다.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찔레의 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인지 찔레는 꽃뿐만 아니라 열매도 향기가 있다. 다섯 장의 꽃잎 사이에 샛노란 수술이 빼곡히 들어선 하얀 찔레꽃이 참 예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산책길 주변에 핀 찔레꽃을 만나면 가까운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해보면 어떨까.

 

사진제공: 김혜경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