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에 담가야 장맛이 최고
음력 정월 이맘때쯤이면 장을 직접 담가서 먹는 집안은 주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대체로 추위가 풀리지 않은 정월달에 장을 담가야 가장 맛이 있다고 한다. 옛날엔 장은 한 집안의 모든 맛이었고, 그 뿌리였고 어찌 보면 그 집 안주인의 모든 것을 드러내 주는 증표이기도 했다.
요즘 대부분의 주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장을 담근다는 일이 남의 일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장을 담가 팔기도 하고 지도를 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여성단체생활개선회 전 회장인 허숙경(65) 여사를 만났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허 여사는 지금 살고 있는 분당구 이매동으로 시집을 온 지 40년째다. 결혼 직후부터 시어머님에게서 장 담그는 법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장을 담근다.
“오랫동안 장 담그며 회원들에게 지도도 하고 힘들지 않으세요?”
“40년 동안 해오다 보니 힘들진 않지만 직접 장을 담가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전통음식이 좋은 걸 알면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허 여사의 말에 의하면 메주는 입동 전후에 쑤어 45일 동안 발효를 시켜 햇볕에 10일간 바짝 말린 후 장 담그기 하루 전날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에 소금을 푼 강도가 18도가 적당(달걀을 담그면 동전만큼 보일 때)하며 소금물도 하루 전에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금이 장맛을 좌우한다며 구입해서 2년이 넘게 간수를 빼고 사용해야 한다는 걸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깨끗이 준비한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고운 베수건을 이용해 소금물을 부은 다음에 마른 홍고추와 숯을 넣으면 된다고 한다. 또한 털 없는 짐승인 뱀이나 용 날만 피하면 된다고.
한편 허 씨는 그동안 자신만의 노하우와 농업기술센터 여성단체생활개선회에서 8년 동안 받은 교육을 접목시켜 지도도 하면서 솜씨를 다져왔다. 6년 전부터는 농업기술센터의 여성 일감 갖기 정책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허가를 받아 “안말전통”이란 상표등록을 하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판매하게 됐다며 허 씨는 이천에 있는 본인의 밭에다 직접 콩을 재배할 뿐더러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신청한 순수 국산 씨앗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다고 한다.
허 여사는 “전통적인 음식이 맥을 잇지 못하고 하나씩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 주부님들이 앞장서서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아직 장 담기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주부님들,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는지.
허숙경 씨 분당구 이매동 343번지 전화 703-1986
이길순 기자 eks3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