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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일곱 개의 잎이 달린 칠엽수(七葉樹), 마로니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08/25 [16:1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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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 열매인 말밤     

 

우리 주변 산책길이나 공원 숲에는 ‘고종이 선물 받은 서양의 나무’, ‘안네 프랑크의 나무’,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명물로 꼽히는 가로수’ 등으로 알려지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무가 있다. 바로 칠엽수(七葉樹)다.

 

칠엽수과의 넓은 잎 큰키나무인 칠엽수(학명: Aesculus turbinata Blume)는 긴 잎자루 끝에 손바닥을 펼쳐 놓은 것처럼 일곱 개의 커다란 잎이 달린다.

 

칠엽수 열매의 영어 이름은 ‘말밤(horse chestnut)’이다. 원산지 페르시아에서 말이 숨이 차서 헐떡일 때 칠엽수 열매가 치료약으로 쓰였기 때문에 이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겨울에 보이는 엽흔(葉痕: 가을에 잎이 떨어진 자리에 생긴 흔적)이 말발굽 모양이라 붙인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칠엽수의 또 다른 이름인 ‘마로니에(marronnier)’는 ‘낙원의 들판’이라는 뜻의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로, 파리의 명물 중 하나다. 엄밀한 의미에서 마로니에는 유럽이 고향인 ‘유럽 칠엽수’를 말한다.

 

일본 원산의 ‘일본 칠엽수(日本七葉樹)’도 있는데 두 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일본 칠엽수는 가시칠엽수로 불리는 마로니에와 달리 잎 뒷면에 적갈색의 털이 있고 열매껍질에 돌기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거의 퇴화했다.

 

마로니에 중 안네의 일기에 언급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마로니에는 ‘안네 프랑크 나무’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2010년 강풍에 쓰러져 고사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한 가운데 다행히 안네프랑크나무의 열매로 키운 자식들이 미국 뉴욕의 9/11 추모공원과 홀로코스트센터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식재돼 있다.

 

우리나라에 마로니에가 들어온 것은 20세기 초 네덜란드 공사가 고종에게 선물한 것을 덕수궁 뒤편에 심은 것이 처음이며 아름드리 거목으로 자라 지금도 덕수궁에 남아 있다.

 

가을이 되면 칠엽수 잎은 노랗게 물 들고 알밤과 비슷한 열매를 떨어뜨린다. 단백질과 전분이 많은 열매는 제법 커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독성을 가지고 있어 식재료나 약재로 사용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설탕에 절인 밤톨’이라는 뜻의 프랑스 겨울 디저트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로, 일본에서는 돗토리현의 특산품인 칠엽수 열매를 섞어서 찧은 ‘도치모치(栃餅)’라는 화과자의 재료로 이용됐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