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에 인천에서 살던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의 직장 때문에 성남으로 이사했고, 신혼살림을 옥탑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옥탑방, 참말로 웬만한 인내가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부엌이고,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그런 곳입니다. 여름에는 땡볕을 그대로 받아 지글지글 사람을 굽습니다. 겨울엔 찬바람에 노출돼 춥기가 빙하기 수준입니다. 대부분 불법 구조물이다 보니 단열재를 제대로 쓰지 않아서죠.
그 집에서 첫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겨울에는 보일러에 전기히터까지 써서 어떻게든 견뎌냈는데 여름에는 대책이 없었습니다. 어린 아기가 더위에 지쳐 쓰러질까 봐 옥탑방 지붕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돌리고, 수건을 물에 적셔 아이의 몸을 닦아 내면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2년을 살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그동안 모은 돈을 닥닥 긁어 이사를 한 곳이 반지하 셋방이었습니다.
주인집 대문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난 현관문을 열고 두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왼쪽으로는 싱크대가 있는 부엌이 시작되고, 맞은편은 세탁기와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화장실, 오른쪽으로는 작은 방, 그리고 싱크대가 끝나는 곳에는 안방으로 들어가는 방문이 있었습니다. 안방에 앉아 바깥을 향한 창문을 바라보면 주인집 안마당이 있어서 간혹 마당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이곤 했습니다.
옥탑방보다는 나았지만 비가 올 때마다 집이 잠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불안했고, 구석진 곳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여간 아니었습니다. 먼지도 많아 창을 열 수도, 그렇다고 닫고 살 수도 없었습니다. 습기가 심해서 빨래를 말리려면 선풍기 타이머를 맞춰놓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반지하 셋방에서 살던 사이에 다시 둘째 아이가 태어났죠.
거기서 버틴 4년, 그리고 다시 햇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4년간의 다세대 주택 이층집에서의 전세살이를 거쳐 몇 년 후 어렵사리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의 그 감격스러움이란….
성남은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부부와 가족에게 가정을 꾸리고 일구게 한 삶의 터전이자 행복의 근원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난의 시련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게 한 곳이고, 또 그만큼 우리 가족에게 넉넉함과 행복을 가져다 준 소망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 바로 성남입니다.
지금 우리 부부와 가족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올해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성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들의 추억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성남에서 살면서 좋았던 점, 애환 등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진을 보내주세요. 작품이 채택된 독자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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