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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 ‘가정의 달’에 대한 생각

  • 관리자 | 기사입력 2012/05/24 [13:1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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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학년이 된 지훈이는 부모님의 갑작스런 이혼 후 아빠와 단둘이 지냈다. 그런데 2년 전 지훈이에게 새엄마가 생겼다. 친엄마와의 이별, 새엄마와의 만남 모두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터라 지훈이는 모든 상황이 낯설고 불안하기만 했다. 지훈이는 조금씩 새엄마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누가 진짜 자신의 가족인지 혼란스럽다.

작년 한 해 1천 명 당 9.4명 이혼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매년 11만 명 이상의 부부가 이혼을 하며, 작년 한 해 동안 배우자가 있는 인구 1천 명 당 9.4명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일 년간 적어도 15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편부모 가정 또는 조손 가정에서 살게 되고, 재혼가정의 아이가 될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부모 중 한 명이 가출하거나 사별한 경우까지 합하면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가족 구조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가 이혼 또는 재혼을 했는가의 여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깊고 오래된 갈등을 안고 늘 극한 전쟁을 치르며 사는 부부의 아이들보다는 이혼 후 편부모에게 양육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통계도 있다. 

사려 깊은 계부모는 오히려 문제가 많은 친부모보다 더 질 좋은 양육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혼 과정이나 재혼 과정이 건강하지 못할 때, 아이들은 병이 든다. 

이혼을 계획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며, 결코 버려지지 않을 것임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특히, 이혼 전후에 양쪽 원가족들이 아이와 상대 편 부모를 이간질하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앞으로 이혼 전 숙려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심리전문가에게 아동을 의뢰해 정서를 살펴주도록하는 제도도 꼭 필요하다.

재혼·조손 등 다양한 가족 형태 받아들여야 

남녀가 결혼을 하고, 그 사이에 자녀를 낳아 평생 키우는 것이 소위전형적인 가족의 틀이지만, 이혼 가정, 재혼을 통해 재구성된 가정, 조부모와 아이만 함께 사는 조손 가정 등의 비전형적인 경우라고 해서 반드시 ‘틀리거나 나쁜’것은 아니다. 

앞으로 사회가 더 진보할수록, 가족 형태의 다양성은 더 확장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정자를 공여받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우도 많고, 동성애자의 가족이 합법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정의 달을 맞아 곳곳에서 벌어지는 많은 행사, 미디어에서 그리는 가족의 이미지들은 아직 그런 현실적 변화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부모’가 있어야 가족인 것처럼 그려지는 축제의 장에서, 자칫 편부모, 이혼가정 아동들이 더 상처받거나 상실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좀 걱정이 된다.

어떤 모양의 가족을 가졌든지, 그리고 심지어 가족이 없는 아이들까지도 세상 앞에 당당할 수 있는 가정의 달이었으면 좋겠다.

성남시소아청소년정신건강센터 031-751-2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