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에 성준이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 아직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넘기지 못하고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모든 것이 혹시 보지 않은 부분에서 시험이 나올까 걱정돼 그냥 책장을 넘기기가 힘이 든다. 오늘도 두 시간째 겨우 두 페이지를 공부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성적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짜증이 많아지면서 친구들, 가족과 잦은 갈등이 생겼다. 강박 사고, 강박 행동, 강박증 최근에 성준이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병원에 온다. 이렇게 스스로 쓸데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어떤 생각이 자꾸만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라 괴로운 것이다. 이것은 단지 어떤 걱정거리일 수도 있고,때로는 공격적이거나 성적인 내용을 가진 말이나 영상일 수도 있다. 이것을 ‘강박 사고’라고 한다. 간혹 강박적 사고는 그 생각을 없애기 위한 행동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성적인 상상이 떠오를 때마다 침을 뱉는다든가, 책상을 한 번 친다든가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강박 행동’이라 한다. 이런 사고와 행동을 주된 문제로 하는 병을 강박증이라 한다. 흔한 강박에는 청결에 대해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 오염이나 더러움에 대한 공포, 어떤 행동을 할때마다 특정한 숫자를 세기, 문이나 가스가 잠겼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하기, 버리지 못하고 무엇이든 수집하기 등이 있다. 고등 1~2학년 전후 많이 생겨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누구나 조금 강박적이 된다.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든가,침대에 좋아하는 물건과 인형을 항상 일정하게 줄을 세워야 마음이 편했다든가, 무엇이든 숫자 3에 맞춰야 마음이 편했던 경험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강박은 크면서 점차 사라지고,정작 강박증이 많이 발병하는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이다. 조금 완벽주의적이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불안이 높아지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학업 스트레스와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는 고등학교 1~2학년을 전후해 많이 생긴다. 부모는 드러나지 않은 고민 이해해야 강박증은 뇌의 세로토닌 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므로,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약물치료가 기본이 되며, 인지행동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나 분노조절 문제와 같은 심리적 문제가 동반될 때는 정신치료도 병행하지만, 일차적인 것은 아니다. 청소년에서 적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병의 특징은 강박행동이 극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평소에 모범생이고 성취 지향적인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님조차도 설마 우리 아이가 그런 고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오랫동안 혼자 고민하던 청소년이 부모님을 설득해 병원에 모시고 오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안과 고민이 매우 극심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보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치료의 시작점이다. 성남시소아청소년정신건강센터 031-751-2445~6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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