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않는 중학교 2학년 은오 때문에 엄마는 걱정이 많다. 은오는 학기 초부터 거의 매일 아침마다 지각을 하더니, 2주 전부터는 아예 학교를 가지 않았다. 대신 종일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내일 학교에 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등교를 거부했다. 아침마다 너무 힘겨운 나날이 반복됐다. 지각·조퇴… 학교 가는 게 어색해지면서 결석 시작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청소년이 많이 늘어났다. 주로 중학교 2학년 즈음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한두 차례 지각이나 조퇴를 하다가, 점차 ‘학교에 늦게 들어가면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는 상황’이 싫어지고, 학교에 가는 것이 어색해지면서 결국 결석이 시작된다. 여기에 밤낮이 바뀌기 시작하면 악순환이 지속되고, 꽤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자녀가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면, 부모는 일단 심한 불안과 맞닥뜨리게 되고, 바로 ‘어떻게 하면 학교에 보낼까’를 고심하게 된다. 많은 아이들의 경우 놀랍게도, ‘왜 학교를 가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한 탐색은 매우 부족하다.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지 학교에 가는 것을 우선순위의 맨 위쪽에 놓다보면, 그 다음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가 된다. 학교를 가라고 자녀를 압박하고 소리치고 심지어 때리고 전쟁터가 되거나, 아니면 학교에 가는 조건으로 자녀와 협상을 하고 요구하는 것들을 다 들어 주다가 결국은 자녀를 몸만 크고 힘세고 스스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아기로 만들거나. 학교 내 스트레스, 우울증이 원인 청소년이 학교를 거부할 때, 가장 먼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거나 심한 학습부진과 같은, 학교 내 스트레스들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 자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 다음 순서다. 가장 흔한 것은 청소년기 우울증이다. 꼭 기분이 우울하다고 호소하지 않더라도, 의욕이나 삶의 즐거움이 떨어지거나 유난히 짜증스럽거나 수면 주기를 잘 조절하지 못한다면 우울증의 징후다. 즉, 학교에 안 가는 것은 우울증이 발현되는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학교는 가정 다음으로 안전한 장치 우울증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이다.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가 모두 필요하고, 때로는 규칙적인 생활의 리듬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아이가 요구하는 새 스마트폰을 사 주거나 심지어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해서 좋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자주 묻는다. 공교육을 그만 둔 이후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있고 그것을 추진할 힘과 끈기가 있는 아이라면 자퇴해도 괜찮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약해져 있는 아이에게 학교라는 틀은 가정 다음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학교를 이탈하는 순간, 아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짐은 수십 배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남시소아청소년정신건강센터 031-751-2445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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