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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문화의 확산은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학 전공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공식 교육과정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국전쟁, 신흥공업국과 같은 한정된 내용으로 다루어지던 외국 교과서 속 한국이 지금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서술되고 있다.
미국, 벨기에, 에콰도르, 인도 교과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된 서적으로 직지를 서술하고 있으며, 영국 교과서는 청계천을 통해 환경복원과 도시재생을 설명하고 독일 교과서는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으로 서울의 공유 경제를 제시했다.
그리스, 이스라엘, 캄보디아 등 많은 교과서에서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프랑스 교과서는 BTS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설명하고 우크라이나, 우간다 교과서에서 한류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케냐 교과서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교과서에 한국의 전래동화와 신화가 수록되어 있다. 필자가 외국 교과서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일을 처음 시작했던 20여 년 전만 해도 다른 국가 교과서에서 K-pop 스타를 만나고 한국의 역사문화유산을 접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교과서 속 한국 관련 내용이 비록 오류일지라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여러 사례 가운데 특히 주목해 소개하고 싶은 모습은 일상이 녹아있는 독일과 영국 교과서에 기술된 성남시의 과거와 현재이다.
2007년 베를린에서 출판된 독일 교과서 Mensch und Raum. Geographie. Der asiatisch-pazifische Raum에는 서현역 로데오거리 모습이 수록되어 있다. 서현역 로데오거리는 분당 신도시 개발 이후, 1994년 분당선 지하철 개통, 1997년 삼성플라자(현재 AK플라자) 개점과 함께 발전해 온 성남시의 주요 상업 공간 중 하나다. 2010년대 이래로 다양한 거리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2026년 K-pop 퍼포먼스 영상이 촬영되는 등 문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삼성플라자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많은 간판,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를 담은 사진이 한 페이지 전체에 걸쳐 커다랗게 수록되어 있다. 사진 설명에는 한국의 위성도시 모습이 선진국의 중심지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으며 단순히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상품을 소비하는 시장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현역 로데오거리 모습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도시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런던에서 출판된 국제바칼로레아 디플로마 프로그램(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 IBDP) 교과서 Environmental Systems and Societies for the IB Diploma Programme는 성남시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경 사진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청계산을 배경으로 찍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 사진과 서울 도심의 사진을 대조적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고밀도의 고층 건물로 구성된 서울의 도심과 대조를 이루는 서울 교외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며 도시 지역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서현역 로데오거리와 청계산 자락의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누군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지역 공간이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 수준을 가늠하는 단면이자, 도시 공간의 다양성과 차이를 설명하는 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별기고 정재윤 한국학중앙연구원 해외한국학지원실장(교육학박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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