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혀도 잘 죽지 않고 바람에도 강하며 눈에 잘 띄지 않아 동물들의 눈도 잘 피한다" 식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혜롭게 보낸다. 소나무의 경우 겨울이 다가오면 지방의 함량을 더욱 높여 겨우내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기공 주변에 두꺼운 세포벽과 아주 두툼한 왁스층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열과 물을 관리한다. 시금치 같은 경우엔 겨울이 오면 당 함량을 증가시켜 어는점을 낮춤으로써 추위에 얼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가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본식물들은 나무처럼 단단한 목질도 없고 겨우내 높은 줄기를 가지고 있다가는 추위와 바람에 견디지 못한다. 설사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배고픈 동물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의 풀은 땅위의 줄기가 말라죽어 씨를 남기거나 땅속줄기 또는 뿌리가 살아남아서 겨울을 난다. 그런데 어떤 초본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 없는 상층부를 없애고 바닥에 바싹 붙어 땅의 열기를 받으며 겨울을 보내는데 로제트 식물들이 그렇다. 로제트 식물은 줄기가 없거나 짧다보니 밟혀도 잘 죽지 않고 바람에도 강하며 눈에 잘 띄지 않아 동물들의 눈도 잘 피한다. 기가 막힌 생존전략이다. 로제트(rosette)는 ‘장미 문양’을 뜻하는 말로 로제트 식물의 뿌리에서 나온 잎을 위에서 보면 장미모양으로 보인다. 장미모양의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들 하나하나가 겹쳐지는 것이 없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열돼 있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 어느 잎 하나 빠지지 않게 햇볕을 쬐기 위한 이 식물들의 전략인 것이다. 로제트 식물은 잎이 방석같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방석식물’이라고도 한다. 민들레, 냉이, 달맞이꽃, 질경이와 같은 로제트 식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 십상이지만 생존을 위한 그들의 전략은 참 놀랍다. 식물의 세계에서 겨울은 인고의 시기이면서 동시에 봄의 길목이다, 추운 겨울을 잘 참아내며 봄을 기다리는 로제트 식물들에게서 나름의 전략으로 혹독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봄이 오고 있다. 요즘 탄천 주변엔 어김없이 꽃마리 달맞이꽃 같은 로제트 식물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을 이겨낸 로제트 식물들이 유달리 반갑고 기특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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