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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을 몸 안으로 불러들이자

3월 이달의 절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2/21 [09:4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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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날 남녀가 마주보면서 은행을 깨먹었다. 또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암수 은행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조선 전기의 농서 <사시찬요(四時纂要)>에 있다. 사랑을 싹틔우기에 만물이 생동하는 경칩만큼 좋은 때도 없을 것이다.

‘놀랄 경(驚)’의 경칩(驚蟄)은 원래 ‘열 계(啓)’의 계칩(啓蟄)이었다. 계칩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땅을 열고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 한나라의 경제(景帝)의 이름이 계(啓)였기 때문에 이를 피해 ‘경칩’이라고했다.
 
밤이 가장 긴 동지에는 음(陰)의 기운이 가장 왕성하기도 하지만 양(陽)의 기운이 꿈틀거리기도 한다. 하늘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양기는 입춘 무렵에는 땅의 기운을 봄으로 바꾸어 놓는다. 꽁꽁 얼었던 땅 속에 봄이 완연해 초목의 싹이 땅을 뚫으니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놀란 개구리가 땅 위로 얼굴을 내밀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천지간의 봄을 느끼기 시작한다.
 
춘분(春分)은 봄을 둘로 나눈다는 뜻이다. 입춘 무렵에 시작된 봄이 춘분을 지나면서 무르익는다. 춘분은 낮과밤의 길이가 똑같고, 그 다음날부터 낮이 길어지면서 양기가 활발히 움직인다. 우주의 대세는 양기에게 기울어진다. 그렇다고 봄을 즐기며 방심을 하는 건 금물!
 
물러나던 음기의 마지막 용트림, 바로 꽃샘추위!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처럼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도 갑자기 뚝 떨어진다. 그러나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이미 봄은 와 있으니, 음기는 물러갈 수밖에 없다. 며칠 묵묵히 견디면 양기 가득한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살면서 꽃샘추위와 같은 시험이나 유혹을 만났을 때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견뎌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봄이 완연해지는 경칩과 춘분 무렵인 음력 2월 초하루는 ‘머슴날’이다. 이날 주인들은 머슴들을 불러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농악을 울려 노래와 춤을 즐기게 하고, 돈까지 주어 쓰도록 했다. 그래서 이날 열리는 장을 ‘머슴장’이라고 불렀다.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하고 일 년 농사를 부탁하는 의미다. 평소 대접받지 못하던 머슴들이 이날 하루는 어깨를 펴겠지만 고된 농사일을 생각하면 흥겹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올해 머슴날은 양력 3월 1일, 경칩은 6일, 춘분은 21일이다. 공교롭게도 3월 1일은 공휴일이다. 이날 하루는 머슴으로 지내자. 추운 겨울 무사히 지냈다고 스스로 토닥여 주고, 늦잠도 실컷 자고, 갖고 싶었던 물건도 장만해서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건 어떨까. 이날의 위로와 선물이우리 마음에 양기의 자리를 마련해 경칩과 춘분의 무르익는 봄을 몸 안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