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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달의 절기 - 신록(新綠)과 보릿고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4/24 [14:4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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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이라는 노래의 한 소절이다.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을 담은 찔레꽃을 왜 슬프다고 했을까? 고려 시대에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던 찔레가 10년 만에 고향집에 돌아오니 잡초만 무성하다. 아버지는 찔레가 끌려가던 날 감나무에 목을 매고, 그것을 본 동생 달래는 집을 뛰쳐나가 소식이 없다. 달래를 찾아 나선 찔레는 한겨울 산길에 쓰러진다. 봄이 되자 찔레가 쓰러진 자리에 하얀 꽃이 핀다.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꽃이라고 부른다.

5월 5일이 찔레꽃이 피는 입하(立夏)다. 찔레꽃이 필 때는 딸의 집에도 가지 말라고 했다. 가을걷이 양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채 여물지 않아 끼니 때우기가 힘든 보릿고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이라도 먹기 위해 산과 들로 나섰다.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가 옛날이야기일 뿐일까?

입하 무렵은 나뭇잎과 풀잎들이 연한 초록으로 변하고 이팝나무도 꽃을 피운다. 이팝나무에 하얀 꽃이 만개하면 풍년이 들어 하얀 쌀밥을 먹는다고 한다. 논에서는 짝을 찾기 위해 청개구리들이 울고, 땅에서는 지렁이가 나온다. 이때쯤 스님들은 석달 동안의 안거(安居)에 든다. 초목과 벌레들이 성하는 시기라 스님들도 모르는 사이 밟아 죽이는 살생계를 범할까 봐 일체의 외출을 삼가하고 수행에만 몰두한다.

입하가 지나면 생물이 성장해 조금씩 차오른다는 소만(小滿)이다. 농가에서는 모내기를 하고 보리를 수확한다.
보릿고개를 견딘 사람들에게는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운 때다. 모든 산야가 푸른데 어린 죽순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대나무는 누렇게 변한다. 이때 죽순을 따다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별미라고 한다.

연초록의 이파리, 하얀 꽃무리가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오월. 나도 모르는 사이 가족이나 친구가 몸과 마음에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그들에게 필요한건 화려한 선물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 마디, 진심 어린 눈길일지도 모른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