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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뻐꾹 뻐꾸기의 탁란

생태도시 성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4/24 [14:5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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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란(托卵): 다른 조류의 둥지에 알을 낳는 일>
 


늦은 봄날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한창인때 낮은 지대 숲에서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인지 뻐꾸기는 봄날의 정서를 표현하는 시나 소설 그리고 동요에 자주 등장한다. 쌩상의 '동물의 사육제'에서도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숲속의 뻐꾸기가 등장하며 우리 일상용품으로 뻐꾸기시계도 있다.

독일에서 뻐꾸기는 봄을 알리는 새인 동시에 행운의 새이기도 했다. 그 첫 울음을 들었을 때 지갑을 두들기거나 풀 안을 뒹굴면 일 년 내내 돈이 부족하지 않으며, 등의 통증에서 해방된다고 믿었다. 또한 뻐꾸기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춘 새로서 하늘의 뜻을 점치는 새, 특히 비를 내리게 하는 새라는 믿음도 있었다. 봄에 뻐꾸기가 잘 울면 여름에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봄의 전령사이고 행운의 뻐꾸기는 탁란으로 또한 유명하다.

탁란은 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지에 알을 낳는 일이다. 뻐꾸기는 자기 알을 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탁란을 통해 종족보존을 하는 것이다. 뻐꾸기가 알을 맡기는 새는 검은딱새, 알락할미새, 개개비 등 소형 조류로 지역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뻐꾸기는 산란기에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는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란 속담에 등장하는 뱁새의 또 다른 이름이 붉은머리오목눈이인데 참새보다도 몸집이 작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기 알인양 뻐꾸기의 알을 품는데 뻐꾸기알이 뱁새의 알보다 먼저 부화되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갓 태어난 새끼뻐꾸기는 뱁새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버린다. 뱁새는 자기 알이 뻐꾸기 새끼에 의해 버려진 것도 모르고 부지런히 먹이를 먹인다. 어느 순간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커진 뻐꾸기새끼에게 여전히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준 덕분에 뻐꾸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결국 다 자란 뻐꾸기는 둥지를 벗어나 원래 뻐꾸기어미에게 돌아간다.

뻐꾸기의 탁란 과정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는데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은 어미 뻐꾸기는 그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둥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가짜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둥지를 떠나는 순간 둥지에 다가가 새끼에게 본인이 진짜 어미임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어미 소리를 들으며 자란 뻐꾸기는 다 자라서 진짜 어미를 따라 미련 없이 길러준 새를 떠난다는 것이다. 뻐꾹뻐꾹 울음소리는 다른 새의 둥지에서 자라는 자기 새끼에게 스스로를 어미라고 끊임없이 알려 주는 울음소리인 것이다.

어떤 이는 탁란 하는 뻐꾸기를 얌체족으로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품을 능력을 잃어버려 스스로 품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찾은 궁여지책이었다고 생각하면 뻐꾸기의 울음이 새끼뻐꾸기를 향한 애타는 울음일 듯해 애틋하기도 하다.  성남에선 매년 4월 중순경 뻐꾸기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뻐꾸기의 애틋한 마음을 느끼며 그 소리를 반겨도 좋을 것 같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