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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 수중군자, 연꽃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6/25 [10:0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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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열기가 강렬해지는 이즈음, 물위로 고개를 내밀며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모두를 품어 안는 식물이 있다. 연꽃이다.
수련과의 다년생 식물인 연꽃은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분포돼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외개연을 비롯해 모두 7종이 자생한다.
연꽃은 이른 아침에 활짝 꽃을 피우지만 한낮이 되면 꽃봉오리를 닫는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태양열에 의지해 꽃을 피우지만 연꽃은 스스로 열을 내어 개화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열을 낼 때 향기를 발산해 곤충과 벌들이 모여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막힌 전술이다.

연꽃은 당분을 축적해 열을 내는데 자신의 몸을 태워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어 곤충을 유혹한다. 연꽃은 가루받이를 끝내고 나면 종을 이어갈 둥근 열매가 맺히며 연방이라 불리는 씨방에 보관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의 씨앗은 생명력이 매우 강해 그 껍데기를 벗기지 않으면 땅속에서 무려 3천 년을 견딘다고 한다.
1951년 일본에서는 지하 3.9m의 이탄층에서 약 2천 년 전 연 씨앗 3개를 발견했는데 그 씨앗을 심어서 발아시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게 했다고 한다.

연잎은 크고 질겨 그 줄기를 따낸 후 음식물을 담거나 싸는 데 사용했다. 최근 연은 친환경 작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벼농사에 비해 3배 이상의 경제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은 거의 연근이 식용으로 이용됐으나 이제는 연잎을 이용한 차도 대중화되는 추세여서 연이 우리 생활 속으로 더욱 가까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연꽃은 정화의 상징이었는데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부레옥잠에 비해서도 인과 질소에 대한 훨씬 높은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연꽃은 광합성 작용으로 물속 용존산소를 증가시켜 연꽃 주변을 건강한 환경으로 유지한다. 스스로터전을 정화시키고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게 하는 연꽃군락지의 풍부한 자연생태는  이러한 연의 정화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연꽃은 부활과 환생을 의미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선 연꽃그림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무덤 주인이 내세에는 반드시 부처님 나라에서 연꽃으로 환생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꽃상여의 장식으로도 연꽃이 사용되는데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는 연꽃 속에서 생명력을 받아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라는 의미로 사용됐던 것이리라.
우리 옛 그림 속에서 연꽃이 물새, 나비, 물고기 등 연당 주변의 풍경과 함께 그려진 경우는 인간사의 즐거움과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아울러 연꽃의 씨주머니 속에는 많은 씨앗이 들어 있어서 연꽃은 다산을 상징하기도 했다. 화병에다 연꽃을 꽂아 놓은 모습을 그린 그림은 아들을 많이 얻어 평안하기를 바란 옛사람들의 소박한 염원이 담긴 그림이다. 연밥의 씨앗을 쪼는 새는 득남의 기원을 담은 것인데 생명의 근원인 씨앗을 획득한다는 것은 곧 잉태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흙탕물에서 피어나지만 단 한 방울의 오물도 머금지 않고,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하며 둥글고 원만한 연꽃의 모양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온화해지게 만든다. 부드럽고 유연한 연꽃의 줄기는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데 흐린 물을 맑게 해 생명을 자라게 하고 그윽한 향기
를 내어 세상을 맑게 하는 연꽃은 그래서 군자의 꽃으로 불린다.
전국에 연꽃으로 유명한 많은 곳이 있지만 성남 주변에도 연꽃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수정구에 있는 정토사가 대표적인데 7월 중순경이면 활짝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연꽃구경을 떠나보는 것도 여름을 제대로 마중 나가는 방법일 듯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