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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성곽 한바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7/24 [11:5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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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이 6월 2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비전성남>의 두 기자는 해발 500m
자연 지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11.76km
남한산성 성곽, 그 옛길을 걸으며 담 사이사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돌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와
만났다.
남한산성에는 200여 개 문화재가 자연경관과 함께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 번의 탐방만으로 전체를
둘러보기는 어렵다.
일단 성곽의 모습과 축조방식, 특이점 등을 볼 수 있는
성곽을 따라 걷기로 했다.
코스는 남한산성 남문에서 시작해 동문, 북문을 지나 연주봉 옹성과 서문을 거쳐 수어장대까지 가는 길이다.
내려올 때는 서문을 지나 사잇길을 따라 숭렬전, 침괘정을 지나 남한산성행궁 앞 로터리까지다.

마음의 여백을 즐기고, 오르막길에 가파른 세월의 덧문을 느끼다
지화문(남문)~좌익문(동문)~전승문(북문)
역사의 위기에서 인조를 맞은 남문은 산성 사대문 중 성남으로 통하는 가장 크고 웅장한 중심 문이다. 성 밖 350년의 질긴 생명력을 지닌 느티나무와 눈인사하고 동문을 향해 성곽 오솔길을 오르다 숨소리가 거칠어질 즈음, 성문의 앞을 가려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작은 성, 제1남옹성을 만난다.
제1남옹성을 지나 제2남옹성에 다다르면 탁 트인 시야, 그곳에선 산에서 산을 품는 행운을 누릴 수 있고, 지휘와 관측을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남장대 터의 시원한 바람과 벗하는 작은 호사도 즐겁다.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걸어 남쪽 성곽 끝에서 만나게 되는 제1암문(동암문). 적의 관측이 어려운 곳에 설치한 이 작은 성문은 조선 말 천주교 박해로 희생당한 시신이 이 문을 통해 버려진 천주교인 성지순례 장소이기도 하다.
광주로 나가는 도로를 지나 중부 내륙지방과 연결되는 주요 교통로였던 동문은 낮은 지대에 계단을 쌓아 축조된 관문이다.
오르막 계단을 지나 송암정 터에서 황진이를 만나고, 성문 밖으로 한 겹의 성벽을 더 쌓은 이중 성벽인 제2암문(장경사 신지옹성 암문)에서 승군들의 숙식을 위해 건립된 장경사도 볼 수 있다. 산성 사찰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성을 지키기 위한 초소인 남한산성 군포리와 전시에 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인 남한산성 여장, 그리고 동장대터로 올라가는 구간은 가파른 길이 반복되고 경사가 급해 성 밖 길은 없다. 쉬엄쉬엄 느린 걸음으로 역사 공부를 즐겨도 좋다.
소나무 냄새 솔솔 나는 수도권 최고의 아름다운 적송과 어깨동무하며 북문으로 가는 길도 남한산성 성곽돌기의 또 다른 묘미다.

산성 탐방 코스 중 가장 수월하고
가족 여행객이 접근하기 쉬워

전승문(북문)~우익문(서문)

북문 밖으로 나가면 하남시로 연결되는 오솔길이 있는데, 성 밖은 매우 가파른 계곡을 끼고 있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성곽 안쪽 길을 걸으면 역사와 나란히 걷는 듯하고, 바깥쪽에서 걸으면 자연과 맞닿은 느낌이다.
성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적군 몰래 성 안팎을 왕래하는 비밀 문 ‘암문’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 안쪽에서 걸었다면 연주봉 옹성은 이 암문을 통해 나가야 한다.
옹성은 포대를 쌓아 성벽에 근접하는 적군을 여러 방향에서 포탄으로 더 멀리, 더 강력하게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옹성 위에선 한강을 볼 수 있고, 포구를 통해 하남, 서울, 구리시까지 내려다 보인다. 연주봉 옹성에서 서문까지는 성 안을 따라 걷다가 낮은 성곽 너머로 서울과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북문에서 서문까지 큰길이 잘 닦여 있어 가족이 함께 산책하며 걷기 편하다. 중간 중간 나 있는 샛길을 이용한다면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로 남한산성 둘러보기는 한층 더 다양해진다.

소나무 숲과 웅장한
성곽의 모습을 만나다
우익문(서문)~수어장대


삼전도 치욕의 날, 인조 임금이 나섰던 서문.
1636년 청나라의 침략으로 인조는 남문을 통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했지만, 산성행 47일 만에 청나라에 항복하게 된다. 인조는 용포도 못 입고 평복인 채 정문인 남문이 아닌 서문을 통해 지금의 송파구 장지동, 문정동, 삼전동을 지나 삼전나루터 수향단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그 서문 위에 서서 눈 아래 서울을 내려다보며 굴욕 항쟁의 역사가 지닌 비장함을 만난다.
서문부터 수어장대까지는 성 안이나 밖, 어느 길이든 다 좋다. 성 안 길은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과 성벽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고, 성 밖 길은 웅장한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성 밖 길을 선택하면 수어장대 아래쪽에 있는 암문을 통해서 성안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다.
남한산성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수어장대는 남한산성을 방어하는 수어청의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으로
1624년 남한산성을 재증축할 때 지은 건물이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뜻의 ‘무망루(無忘樓)’ 현판이 있는 이곳을 조선 후기 영조·정조 임금은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에 참배하고 돌아올 때 들러 하룻밤 묵어가며 병자호란의 교훈을 되새겼다고 한다.
수어장대 옆에 있는 청량당은 남한산성을 쌓는 책임을 맡았던 이회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남한산성 성곽을 돌고
산성로터리에 들어서면


산 속에 건설된 계획도시 종로거리가 있다.
‘종로’는 서울에만 있는 지명이 아니라 각 도시 중심가의 공통된 이름이다.
이 종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남한산성 탐방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행궁, 의병의 집결지였던 산성 내 절터, 남한산성 역사관 그리고 천주교 순교성지, 만해기념관 등 이 로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특히 남한산성 행궁은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춘 행궁으로, 유사시에는 남한산성이 임시 수도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
고정자 기자 kho64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