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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절기 9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8/21 [11:5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금(金)과 금(今)



9월 8일은 추석이자 백로(白露)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에 기온이 크게 떨어져 새벽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백로 무렵은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고 해 단물 가득한 포도가 제철이다. 알이 주렁주렁 달린 포도는 예로부터 다산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해 첫 포도를 따면 사당에 올린 다음 그 집의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는 풍습이 있었고, 포도가 그려진 백자를 부부 침실에 놓아두기도 했다.

포도는 ‘포도지정(葡萄之情)’이라 해 부모님의 은혜를 가르쳐주는 과일이기도 하다. 포도지정은 아직 이가 덜 자란 어린 자식에게 손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서 달콤한 과육만 먹여주던 어머니의 애틋한 정을 말한다.

손수 포도씨를 발라주시던 어머니를 바쁜 농사일과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볼 수 없었던 시절,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는 추석을 지내고 날을 정해 시댁과 친정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정을 나누었
다. 이를 ‘반보기’라 한다. 그러나 하룻밤 같이 자지도 못하고 당일로 돌아와야 하는 딸들은 애절한 심정을 노래로 불렀다.


하도하도 보고 지워
                반보기를 허락받아
이내 몸이 절반 길을 가고
                친정 어메 절반을 오시어
새중간의 복바위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엄마엄마 울 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았노.
- 민요 ‘반보기’ 중에서 -


반나절로 그리움을 달랜 여인네들은 추분(秋分)의 가을걷이로 다시 바빠진다. 논밭의 곡식도 거둬들이고, 목화도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린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한시름 놓는다.
 
백로와 추분이 있는 가을은 오행(五行) 상으로 금(金)이다. 우리가 인생의 가을에서 거둬들일 양식이 금(金)이 될지, 빈껍데기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오직 지금(今)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