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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배려

12월 이달의 절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11/21 [16:4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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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1월에는 팥죽을 쑤는 동지(冬至)가 들어 있다. 중국 의 《형초세시기》에는 ‘공공씨라는 사람이 재주 없는 아 들을 두었는데 동짓날에 그 아들이 죽어 역귀가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몹시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역질 귀신을 쫓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 다. 이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동짓날 팥죽을 쑤면 먼저 사당에서 팥죽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각 방과 헛간 등 집안 곳곳에 한 그릇씩 퍼놓았다 가 죽이 식으면 식구들이 먹는다. 또 팥죽을 솔가지에 적 셔 대문이나 벽에 뿌려 악귀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곳에 따라서는 잡귀들이 동네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초입의 고목에 팥죽을 뿌리기도 한다.
팥죽은 친지나 이웃이 상을 당했을 때도 쑤어 보내는데 상가에 모이는 잡귀를 쫓기 위해서다. 그 팥죽에는 넉넉 하지 않은 살림을 배려하는 인정도 담겼을 것이다. 동지에는 달력과 버선을 나누는 풍속이 있었다. 동지 무 렵 관상감에서 새해 달력을 만들어 궁에 올리면 궁에서 는 어새를 찍어 백관들에게 나눠줬다. 관리들은 그 달력 을 다시 친지들에게 나눠준다. 이를 단오에 부채를 주고 받는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했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며느리들이 시댁 어른들에게 버선을 지어 드렸는데, 형편이 되면 새 옷을 짓기도 했다. 동짓날 어른들에게 신고 다니는 물건을 드리는 것은 복을 맞이 하시라는 뜻이다. 이는 동지부터 양기가 싹터 해가 길어 지므로, 집안 어른들도 길어지는 해처럼 오래 사시길 바 라는 것이다.
의식주 문화가 빨리 변하는 오늘날, 손이 많이 가는 풍습 을 지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풍습에 담긴 나눔과 배려의 뜻까지 외면하지는 말자. 인정이 점점 메말라가는 요즘, 가장 필요한 것은 작은 것 이라도 나누고 배려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